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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보며 이야기하라니, 그건 또 무슨 황당한 말인가. 오랜만에 화면 뒤로 만난 금성의 여인. 그 이름이 가리키는는 그대로 미의 여신이라 칭해도 오히려 모자랄 비너스가 앞으로 그렇게 한다 높고 맑은 목소리로 웃는다. 내친 김에 진짜로 눈 마주쳐줄까 머큐리? 수성의 주인에게 비너스가 미소 띈 얼굴로 웃는다.

 

 

  "…하…?"

  "진짜 마주쳐보자~"

 

 

  그 말과 함께 비너스가 금을 녹여 짠 듯한 반짝이는 베일을 얇고 긴 손가락 사이로 능숙하게 벗겨 별을 그대로 조각해 박아놓은 듯한 금빛 역안을 드러낸다. 아름다움의 표본이 두 눈이 되었다면 그대로 아름다움의 표현이었을, 그 누구라도 넋을 잃었을 눈이다.

 

 

  "눈은 같이 마주치는 거야, 머큐리."

 

 

  비너스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머큐리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모자를 걷어올린다. 푸르고 시린 색의 역안이 드러나고 금색과 푸른색이 만난다. 그러니 좋네, 웃음 섞인 비너스의 말을 들으며 내가 왜 눈을 마주치고 말하는 거라 했지, 머큐리가 한숨을 쉬었다. 비너스의 입가에 다시 웃음이 맺히고 매력적인 미의 여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듯 금색 눈이 밤의 초승달같이 휘어졌다.

 

 

  "잘 지내고 있지?~"

 

 

  물론이지, 머큐리가 그녀의 웃음에 회답하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너는 건강하고? 나도 물론. 하긴 넌 싸울 일도 없었지. 일상적인 대화가 평화롭게 오간다. 서로의 눈을 처음 보는 것인 양 바라보며-물론 몇억의 세월 동안 보지 못하기는 했다- 중성적인 소녀의 목소리와 높고 깊은 여인의 목소리가 한데 섞였다. 그렇게 일상적인 대화, 지극히 평범한 일들-웬즈와 프라이, 해파리, 아름다움. 그날은 일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던 수많은 날들 중 하나였다.

 

 

  "있잖아 머큐리."

  "또 왜?"

 

 

  머큐리가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비너스가 너는 매일 그래, 매일 그렇게 뚱,시큰둥. 넌 조금 더 웃을 필요가 있어, 약간 이상한 내용의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살짝 신경이 많이 쓰이는 듯 머큐리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입꼬리를 올린다. 억지로 웃어서인지 너무도 어색한 웃음에 비너스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렇게 웃는 거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해 주었건만 도대체 안면근육이 굳어 있는 이유는 뭐야, 머큐리. 하도 오랜만에 웃어서 그러나? 수성의 주인은 금성처럼 뜨겁지도 빛나지도 않았다. 머큐리가 내심 부러웠던 듯 비너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가르쳐줘."

 

  너처럼 반짝일 수 있게, 웃을 수 있게, 아름다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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