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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는 ‘못’ 쉽니다!

 

 

 

  “얘,얘들아. 진정 좀 하거라...!”

  “너 거기 안 서?! 죽여버릴거야!”

  “메롱! 약 오르지~?”

  “흐에에에에에에★ 주피터 무서워어★”

  “머큐리! 내가 예쁜 옷 입혀 줄게!”

  “필요 없어!!”

  “어스 말이야, 정말 예쁘잖아? 그치 우라노스?”

  “맞아맞아, 목소리도 멋지고. 어스님은 최고의 행성주야!”

  “으아아아아! 그게 아니야아아!! 그만해애애애!!”

  “꺄하하하하하하!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온 우주공간을 시끌벅적하게 뛰노는(?) 아이들을 솔라가 통제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부터 진정을 시키고 타일러야 할지…. 재빠르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붙잡기는커녕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솔라의 눈앞이 핑핑 돌았다.

 

  얘들아… 제발 진정 좀 해주면 안 되겠니…?

 

  [마르스&주피터&새턴]

 

  “주피★ 이건 말야... 내 고리야★ 예쁘지?★”

  “아니.”

  “호에에…★ 너무해애…★”

  “네 고리 보단 내 대적점이 더 멋있어.”

  “응★ 내 고리보단 아니지만, 주피의 대적점도 멋져★”

 

  주피터가 눈을 치켜뜨고 새턴을 노려보자 새턴은 금방 움츠러들었다. 입은 다물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그의 고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주피터는 어께에 힘을 주며 대적점이 멋진 100가지 이유를 설명하려던 찰나, 주피터의 뒤통수를 소행성 조각이 따악ㅡ, 하고 가격했다. 주피터의 표정이 단번하게 험악하게 구겨지더니, 홱 뒤를 돌자. 뒤 에는 마르스가 얄미운 표정으로 주피터의 표정을 비웃고 있었다.

 

  “너어... 마르스ㅡ!!”

  “따하하하하하! 주피터 화났다! 질량 바보가 화났다! 약 오르지이~롱? 따흐하하핫!”

  “죽여버릴거야! 가만 안 둬어!!”

  “죽여붜리겠다으아~! 따하하하하하핳!!!”

  “흐에에에에에에★ 싸우지 마★ 주피 무서워★”

 

  마르스는 주피터의 말을 따라하며 깐족 거렸다. 한번 다투었다가 서로 다쳐서 솔라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것이 전혀 중요치 않았다. 주피터는 살의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재빠르게 도망가는 마르스의 뒤를 무서운 기세로 쫓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르스에 약이 바짝 오른 주피터는 이를 뿌득 갈며 오늘은 결판을 내겠어! 라고 속으로 결심했다. 무서운 기세에 잔뜩 눌린 새턴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지만 말이다.

 

  [머큐리&비너스]

 

  “머큐리!”

  “왜.”

  “뭐하니?”

  “책 읽어.”

 

  비너스는 무언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얌전히 앉아있는 머큐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책에 집중해서 인지, 아니면 평소 그런 말투인건지, 퉁명스런 단답형의 대답만 돌아왔지만 해맑은 비너스에게는 오히려 호기심만 더욱 커질 뿐 이였다.

 

  “있지 있지ㅡ. 머큐리이ㅡ.”

  “뭔데?”

  “넌 왜 예쁜 옷 안입어? 그런 흐늘흐늘 한 옷 별로야.”

  “난 이게 좋아.”

  “아냐, 그거 보다 훨씬 예쁜 옷들 많은데... 입어볼래?”

  “싫어.”

 

  단호박 같은 거절에 비너스는 조금 시무룩 했지만지지 않고 계속 머큐리를 귀찮게 하며 살살 꼬시고 있었다.

 

  “입어보자아, 응? 한 번만. 한 번만!”

  “싫어.”

  “아잉~. 그러지 말구~.”

 

  퉁명스런 대답의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비너스는 머큐리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머큐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비너스를 단호하게 밀어냈다. 시무룩 해진 채로 돌아가려던 비너스의 눈이 빛나더니ㅡ

 

  “싫으면… 내가 직접 입혀줄까?”

  “ㅡ뭐어?! 너,너 지금 미쳤ㅇ…흐악!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입혀줄게… 아니! 그냥 벗기는 게 낫겠어! 누드야 말로 최고의 미! 머큐리, 내가 벗겨줄게!!”

  “이 자식! 정신차려! 너 눈이 맛이 갔어! 으아악! 잡아당기지 마!”

 

  머큐리에게 달려들었다. 황급히 읽고 있던 책을 내던져 버리고 머큐리는 자신을 벗기려 쫓아오는 비너스에게서 미친 듯이 도망쳤다.

 

  [어스&우라노스&넵튠]

 

  “다들 재밌게 노네.”

  “그러게, 우리도 뭔가 하고 싶어.”

  “어스님한테 가볼까?”

  “어스님은 막 뛰어다니거나 하지 않던데.”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다구? 어스님은 말이야… 칭찬에 약해!”

  “정말이야?”

  “저번에 솔라님이 칭찬하시면서 머리 쓰다듬어 주니까 얼굴이 엄청 빨개졌어! 확실해!”

  “꺄아! 우라노스 너는 정말 천재야♥”

 

  우라노스와 넵튠은 짝짜꿍~짝짜꿍~ 신난 듯이 재빠르게 얌전히 앉아 우주 교과서를 읽고 있는 어스에게 다가갔다.

 

  “뭐해, 어스님~?”

  “응? 으응, 책 읽고 있어.”

  “있잖아, 어스님은 말이야~. 정말 예쁜거 같아!”

 

  1콤보!

  어스의 잔잔하던 표정에 순간 파동이 인 것처럼 귀끝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꽤 당황했는지 읽던 페이지의 귀퉁이가 조금 구겨진 것도 모른채 어스는 재빨리 그들의 입에서 또 나올지도 모르는 칭찬의 말을 거부했다.

 

  “이,있잖아. 나,나 별로 안 예뻐. 나, 나보다는 비너스라던가 새턴이 훨씬…”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정말 멋있다니깐? 그치 우라노스?”

  “맞아맞아ㅡ! 저번에 우주 학교에서 우등생 상도 받았잖아?”

 

  2콤보, 3콤보!

  어스의 양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교과서까지 내려놓고는 부산스럽게 손짓을 하며 어스는 자신은 그저 평범한 아이라고 애써 설명했다.

 

  “그,그리고 말야. 그 어스님이라는 호칭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구… 그리고, 그, 공부는 그냥 하고 싶을 때 한거구… 우등생 상은 우리 반에서만 우등생 상이였어. 나 전교에선 하위권이고 그,그리고ㅡ.”

  “아참참, 우리가 이걸 하나 빠뜨렸네. 어스님은 노래도 정말 잘 부르지 않아? 나 저번에 어스님이 노래 부르는거 봤다구?”

  “정말? 어땠어 어땠어?”“마치 혜성들의 왈츠 같다고나 할까ㅡ, 성운들의 노래 같다고나 할까ㅡ, 정말이지 최고였어.”

 

  4콤보! 5콤보!

  K.O.!!

  어스는 목덜미 까지 빨개져서는 어버버 하며 더 이상 자신을 변호하는(?) 설명도 하지 못했다. 이내 우라노스와 넵튠이 뭔가 더 말할 것 같자, 재빨리 자리를 피해 도망가버렸다.

 

  “어스님도 도망간다!”

  “잡으러 가자ㅡ!!”

  “어스님? 어스님? 어스니임~?”

  “으아아아아아! 그게 아니야아아아!”

 

  결국, 어찌어찌 해서 마르스와 주피터는 서로 피터지게 싸운 후에야 추격전을 그만 두었다. 솔라는 먼저 싸운 마르스와 주피터를 벌을 세웠다.

 

  “자, 싸우면 되겠느냐, 안되겠느냐?”

  “안됩니다.”

  “안돼요.”

  “그러면 ‘친구야 미안해ㅡ.’하면서 서로 꼬옥 포옹 하거라.”

  “! 그,그런 것 까지 안 해도 우리 벌써 화해했어요! 그,그치 주피터?”

 

  마르스는 경련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주피터를 향해 친근해 보이는(?) 미소를 날렸다. 주피터는 구겨지는 미간을 억지로 편채 씨익, 하고 마르스를 향해 훈훈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솔라는 완고했다.

 

  “전에 말했던 대로 이건 규칙이란다. [친구와 다투었을 시 ‘친구야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포옹한다.] 잊었느냐? 어서 포옹하거라. 계속 벌 서고 싶느냐?”

 

  주피터와 마르스는 슬금슬금 솔라의 눈치를 보며 결국 서로를 안았다. 꾸욱, 누르는 건지 감싸는 건지 모를 포옹을 하며 주피터와 마르스는 말했다.

 

  “친구야... 미안하다아-?”

  “치,친구야... 정-말- 미안해ㅡ.”

 

  영혼없이 씹어뱉듯이 내뱉는 사과의 말이였지만, 이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기에 솔라도 더 뭐라고 하진 않았다. 솔라는 이내 비너스와 머큐리를 수습하러 갔다.

  솔라는 먼저 뒤엉켜 있는 둘을 떼어놓고선 머큐리를 벗기려고 하는 비너스를 조곤조곤 타일렀다.

 

  “비너스. 친구가 싫다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거란다. 너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다른 친구에게 억지로 강요하면 안 돼.”

  “네에? 전 싫다고 한지 몰랐어요! 머큐리, 진작 말하지 그랬어!”

  “아까부터 백번도 넘게 싫다고 했다 이 자식아...”

  “흠흠. 그리고 머큐리야. 비너스는 너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조금은 친절하게 대해주렴.”

  “네에.”

 

  머큐리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다. 솔라는 둘에게도 친구야 미안해, 라고 말하며 포옹하게 한 후, 어스와 우라노스,넵튠을 말리러 갔다.

 

  “우라노스, 넵튠. 이제 그만 하거라. 어스가 힘들어 하잖느냐.”

  “앗, 솔라님 왔다.”

  “에에이, 흥 깨졌어.”

  “어허-.”

  “알겠습니다앙, 솔라님~.”

 

  솔라는 여전히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어스를 토닥여 주며 타일렀다.

 

  “자, 어스야. 따라해 보거라. 누군가 너를 칭찬할 때는, 부끄러워만 하지 말고, ‘별말씀을요.’하고 씨익, 웃는 거란다. 자, 따라해보렴. ‘별말씀을요.’”

  “벼…별말씀을…”

  “아니, 좀 더 자신있게! ‘별말씀을요~.’”

  “벼…별말씀을요~!”

  “그래! 그렇게 하는 거란다!”

  “그,그렇구나아! 알겠습니다! 솔라님!”

  “그래 그래, 착하구나.”

  “별말씀을요!”

 

  솔라는 자신에게 배운 것을 바로 써먹으며 베시시 웃는 어스를 귀여운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더니 힐긋 태양을 보았다.

 

  “자아, 벌써 내 집이 이만큼이나 돌았구나. 이제 슬슬 자러갈 시간이란다. 흠, 얘들아. 오늘은... 같이 잘까?”

  “꺄아! 네!!”

  “좋아요!”

  “상관없습니다.”

  “뭐, 오랜만에 자보는 것도 괜찮을거 같기도오~.”

  “그러죠.”

 

  솔라는 8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이내 자신도 따라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자, 이불 피고ㅡ, 머큐리랑 비너스는 이쪽, 어스랑 마르스는ㅡ.”

 

  솔라는 예전부터 그래왔듯이 자신과 가까운 순으로 머큐리, 비너스, 어스, 마르스, 주피터, 새턴, 그리고 우라노스와 넵튠 순서로 나란히 누웠다.

 

  “제가 왜 이녀석이랑 같이 누워야 하죠?!”

  “저도 싫습니다. 하필 이딴 녀석이랑…”

  “누군 좋은 줄 아냐?!”

  “흥. 나도 마찬가지다.”

 

  솔라는 같이 자면 으르렁 거리며 또 다툴게 뻔한 주피터와 마르스의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가 누워버렸다. 서로서로 분이 안 풀린 상태라 또 다시 싸움이 일어날 수 있기에, 솔라는 이번 만큼은 조용히 넘어가주기로 했다. 원래 싸우고 으르렁 거리는 사이일수록 붙여놔야지 미운정 고운정 들어버리는 데 말이다.

 

  “주피랑 같이 누웠다…★”

  “뭐, 좋냐.”

  “으응★”

  “웃기는 고리 놈이네.”

  “주피는 멋있어★”

  “참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피터는 피식 웃었지만썩 기분이 나쁜것 같진 않았다.

 

  “솔라님, 저 진짜 쟤랑 좀 떨어지면 안돼요? 네?”

  “하하. 너희는 좀 친해질 필요가 있단다.”

  “그럴일 절-대 없어요!”

  “제가 저딴 녀석이랑 친해진다면 전 주피터가 아니라 어스입니다.”

  “나는 왜…”

  “지구 따위!!”

 

  조금 붙여놨다고 솔라 너머로 툭탁툭탁 거리는 아이들에게 꼼꼼히 이불을 덮어준 솔라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머리카락으로 꽁꽁 감쌌다.

 

  “귀여운 내 아이들!”

  “윽, 솔라님. 이 머리카락 좀 어떻게 해주실 수 없습니까… 답답합니다.”

  “으으, 하지만 귀여워 죽겠는 걸 어찌하느냐! 귀여운 너희들이 잘못이다! 난 이렇게 안 자면 잠이 안 온단 말이다.”

 

  솔라는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제 몸에 꼭 붙인채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도란도란 옆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두던 아이도, 너머의 친구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던 아이도, 어느새 태양의 따스한 온기에 취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솔라는 사랑스런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뜯어보며 어루만져 주다가 이내 자신도 잠을 청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사랑스런 우리 아가.

 

  나는 너희를 사랑한단다ㅡ.

3등 제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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