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그를 처음 봤을 때에는, 그런 식으로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카이퍼대, 그간 단 한번도 제대로 방문해 본 적이 없던 그곳에 너무나도 멀쩡하게 서 있던 그는, 그 자체로도 날카롭고 흉흉한 살기를 띠고 있었기에.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린 그 얼굴에서 웃음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한 티 먼지도 없는 순수한 미소를, 밝은 웃음을.
"나 여기서 살래."
그리고 예상 외로, 인상을 잔뜩 찌푸렸을 때와는 달리, 그는 한없이 어려보였고, 바보같아 보였다.
"네가 '웅덩이' 냐? 죽어라 웅덩이! 죽어! 죽어!"
아니, 그냥 바보였다. 잠깐이라도 그에게 공포를 느꼈던 몇시간 전의 자신이 한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무리 보지 못하던 새로운 것이라도, 보통 저렇게 반응할까? 아니, 아니겠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놈을 길들일 생각일랑 말더라고 마르스는 말했다. 항성을 제외하고,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강할 개체. 그것이 그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외쳤다.
"플루토씨?"
"저거, 저건 뭐야? 먹을 수 있어?"
분명, 마르스는 그렇게 말했었다. 난폭하고, 단순하며, 죽이는 것밖에 모르는 녀석. 그래서 위험하고, 그래서 제거해야 할 요소. 분명 처음 잠깐은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 저건 뭐야? 날아다닌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저게 죽음의 행성이라고? 설마 그럴 리가. 그냥, 평범하잖아? 붉은 눈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게 보였다. 맑은 눈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경계를 풀어버린 맹수는 순하기만 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답해줘도 제대로 듣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든 행동에 악의는 없었다.
"지구 멋지다아아."
감탄하는 목소리에서 진심이 뚝뚝 묻어나왔다. 만난 지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그는 저의 행성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길들이지 못한다고 했었어? 마르스?
"음, 이제 제 말을 들어주실 건가요?"
이걸 어쩌지. 성공한 것 같은데?
* * *
어스는 지구를 사랑했다. 어스의 행성인 지구는 아름다웠고, 생명력이 넘쳤다. 태양계의 어느 행성보다 도 아름다우며,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절경을 보여주는 곳. 그곳이 지구였다. 어스가 사랑해 마지 않는 골디락스 행성.
"꽃이란건 신기한 냄새를 풍기네."
그리고 그의 친구가 된 통제 할 수 없었던 죽음의 별, 명왕성의 주인 플루토도 그의 지구를 사랑했다. 그는 지구의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보는 버릇은 고쳐야 마땅했지만, 항상 악의는 없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난폭하다고 생각했던 별이, 사실은 가장 순수한 별이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기에.
"플루토 씨, 쓸데없는 괴롭힘은 그만두세요.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응.. 미안. 그런데 이제 슬슬 말 놓는 게 어때? 친구 답지 않잖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스는 플루토의 행동 하나하나를 교정해 주어야 했고, 그것은 사실, 정말로 힘들었다. 거 봐, 네가 그 녀석을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마르스의 웃음이 어스의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그러자 이 자식아."
"빠르다!"
포기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그는, 플루토는 순수하고 순수해서, 악의조차 제대로 모른 채.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인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순수함은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티없는 웃음도, 철없는 행동도 충분히.
"약속, 지킬거지. 플루토?"
"응"
그런 그를 포기할 수 있을 리가. 한번 감당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끝까지 짊어져야 했다. 그것이 저를 믿고 따라와 준 플루토에게 어스가 한 약속이었다. 플루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행성이었다. 밝게 웃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맑기만 하다. 어스도 그를 마주 보며 웃었다. 맑은 미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