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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 오늘도 가는 거야?"

  "응. 금요일이니까. 내일은 아마 쉴 수 있을 거야."

 

간단한 어스의 대답에 플루토는 인상을 썼다.

 

  "그치만 저번 주에도 쉰다고 해놓고 안쉬었잖아!"

  "회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이번엔 최대한 노력해볼게. 응?"

  "그냥 안 가면 안 돼?"

 

  떼를 쓰기 시작하는 플루토를 달래며 현관으로 나섰다.

 

  "가야 돈을 벌지. 그 돈으로 우리가 놀 수 있는 건데?"

  "으으.."

  "자자. 내일 놀고 오늘은 이만 다녀올게."

  "알았어.."

 

  부루퉁한 모습에 가볍게 미소 짓고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나가는 어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플루토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방으로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곤 문도 잠그지 않고 뛰쳐나왔다.

 

 

 

* * *

 

 

 

  어스를 조용히 미행하며 지하철까지 도착했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폴짝폴짝 뛰면서 어스를 따라가 봤지만 곧 어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어?! 어스! 어스 어디있어?!"

 

  미행 중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쓸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반대로 아등바등 빠져나왔다.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이제 막 지하철에 탄 어스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어스! 어스!!"

  "플루토?"

  "기다려!"

 

  천천히 문이 닫히더니 이내 완전히 닫혀버렸다.속도를 줄이지 못한 플루토는 지하철을 향해 돌진했다. 꽤 빠르게 달려왔기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이박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어스를 앞에 두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열차가 점차 출발하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플루토는 안쪽으로 피할 수 있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결국 플루토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토요일, 일요일 모두 어스와 놀 수 없게 되었다. 추가로 어스의 잔소리를 엄청 들었다고도.

 

 

 

* * *

 

 

  첫 번의 실수로 경험을 쌓은 플루토는 지하철에 타는 것에 성공했다. 도착하자 어스를 쪼르르 따라가 마침내 회사가 보였다.

 

  "우와.. 어스의 회사는 진짜 크구나.."

 

  작게 감탄한 플루토는 어스가 들어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만요. 사원증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사원증?"

 

  후줄근한 차림에 처음 보는 사람을 순순히 들여보낼리 없었다. 검은 정장에 무서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 둘이 플루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사원증이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 안에 내 친구가 있어서 보고 가려고 그래! 비켜!"

  "친구분께 연락해서 밖에서 만나시죠."

  "몰라! 보러 갈 거라고! 비켜!"

 

  막무가내로 우기며 안으로 달려드려는 플루토를 막아낸 남자들은 바깥으로 밀어냈다. 오뚜기마냥 벌떡 일어나 다시 돌진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는지 다시 뒤로 나뒹굴었다.

 

  "비키라고 했잖아!"

  "계속 이러시면 경찰에 연락하겠습니다."

  "한 번만 들어가겠다니까!!"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든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걸었다. 그에 플루토가 재빨리 다가갔고 다른 남자가 다시 밀어냈다.

 

  "너희 말이야.."

 

  계속 나뒹굴어지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 건지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주먹을 꽉 움켜쥔 플루토는 가만히 서 남자들을 노려봤다.

 

  "자꾸 그렇게 밀면 짜증 나는 거 알아?"

  "얌전히 계시죠. 이제 곧 경찰이 올 테니까 그쪽에 가서 얘기하시던가요."

  "그 전에 사과하는 게 어때?"

  "가서 얘기하시라고요."

 

  동시에 플루토가 달려 나갔고 뒤엉킨 두 사람에 주변 사람들의 비명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어스씨 잘못도 아닌걸요."

  "제가 똑바로 혼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상처투성이의 남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 어스는 플루토를 스윽 바라봤다. 흠칫 놀란 플루토를 끌고 나온 어스는 한숨을 푹 내쉈다.

 

  "어..어스.."

  "다친데는 없어?"

  "응. 난 괜찮아."

  "그럼 가자."

  그 뒤로 집으로 향한 그들은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스가 플루토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아야!"

  "아프지? 네가 때린 그 사람은 이것보다 더 아팠을 거야. 알아?"

  "그..그렇지만 걔네가 먼저 날 밀었단 말이야!"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했다며."

  "그거야 어스를 보려고.."

 

  한참 플루토의 눈을 마주 본 어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보고 싶으면 연락을 하면 됬었잖아? 집에 혼자 있는게 그렇게 싫었어?"

  "심심하단 말이야. 어스가 없어서 할 것도 없고.."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면 안 돼. 네가 우리 회사에 취직하면 모를까.."

 

  순식간에 눈을 반짝인 플루토는 어스에게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그리곤 어스가 놀라기도 전에 소리쳤다.

 

  "다닐래! 나도 어스 회사 다니고 싶어!"

  "어? 그게 말처럼 쉽진.."

  "뭐하면 돼? 공부? 시험? 할게! 다닐래! 응? 어스~"

  "아... 좋아. 내가 도와줄게."

  "와아!!"

 

  방방 뛰는 플루토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어스가 뭔가 떠오른 듯 멈칫했다. 그리고 플루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플루토."

  "왜 어스?"

  "벌은 받아야지?"

  "…어?"

 

  그렇게 플루토는 어스가 저녁식사 준비를 할때까지 손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플루토. 팔 내리지마."

  "…어스는 뒤에 눈이 달린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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