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아직까지는 살짝 추운 봄의 초기에서 자신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2학년이라는 새로운 학년에 대해 적응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과거처럼 해왔던 대로 하면 되었으니까 굳이 전과 다른 점 그래 변수를 고르자면 자신이 학생회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과 플루토가 의외로 선도부에 들어갔다는 점뿐이었다. 플루토는 실력을 인정받아서 들어갔고 자신은 투표로 인정받았다. 이곳의 룰은 독특했다. 학생회의 경우 일정 수의 투표수를 넘기면 자격이 생겨서 면접을 본 후 가능했다. 자신도 거의 떠밀려서 했지만, 자신의 득표수도 압도적이고 면접이라고 해봤자 그곳에서는 대부분 안면이 깊은 사람들만이 존재하였다. 자신과 안면이 깊은 사람이라면 자신에 대해 좀 더 뼈저리게 알 것이다. 얼마나 모범생인지. 굳이 코스프레 같은 것을 한 게 아니라 천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된 학생회 되기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작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되었다. 딱히 서류처리라든가 하는 것은 공부보다는 쉬웠고 양은 조금 많지만…. 그럭저럭 할만했다. 물론 이것을 하는 것을 본 플루토는 저것을 어떻게 하는 거야? 라며 반응을 해왔지만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어스!!”
“왜? 플루토?”
물어볼 거라도? 라고 하면서 물어보려는 찰나에 다다다 달려와서는 안기는 것을 보고 그냥 안기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그것에 맞춰 플루토는 기분 좋다는 듯이 안겨서는 가만히 있는 것도 잠시, 떨어져서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려고 했으나 갑자기 다시 닫고는 도리 짓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오는 말은 그리 엄청난 것은 아니었다.
“어스 학생회 힘들어?”
“아니 할만해. 공부보다는 쉬우니까 양이 조금 많지만….”
“쓰러지지 않는 거지?”
“플루토… 나는 그 정도로 약골이 아니야….”
걱정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전에 정말로 체육에서 달리기하다가 쓰러진 전과가 있어서 도저히 걱정도 팔자셔 같은 대답은 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나중에 혹시나 서류가 엄청나게 밀릴 때 진짜로 쓰러지지 않을까 하고 반 농담 삼아 생각할 정도로 자신은 약골이었다. 정확히는 선천적으로 좋지 못한 호흡기는 몸을 쓰는 일에서는 정말로 답이 없게 만들어버렸다. 호흡기가 좋지 못해 힘이 들거나 하는 일은 쉽사리 지쳐서는 헉헉 되어서 지나가던 여자애들까지도 도와줄 정도였다. 자랑스러운 점은 아니었지만, 딱히 감추거나 할 정도의 일은 아니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여자애들의 도움을 받을 때는 솔직히 상당히 창피하기는 했다. 플루토는 자신이 한번 쓰러진 후로는 부쩍 더 자신의 건강의 관심을 기울이며 이곳저곳 자주 안부를 물어주며 자신을 도와주었다. 그것은 좋으면서도 나쁜 점도 있었다. 너무 자신을 걱정해서 자신이 부담스러울 때나 자신을 너무 감싸는 것 같은 느낌에 한숨이 나올 때 등등. 그러나 원인 결과 모두 자신에 의한 것이어서 크게 플루토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어스 있잖아 오늘 교문에서 애들을 보는데 교묘하게 숨겨서 오는 애들 많더라 막 겉옷으로 넥타이 안 맨 거 감추고….”
“그랬어? 뭐 놓치기라도 했어?”
“그래서 지퍼를 쭉 내려서 증명했어!”
“……플루토… 그거 예의가 아니야… 말로 곱게 해야지….”
“B.H 였어.”
“그럴 수도 있지 뭐”
빠른 태세 전환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B.H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이상하게 W.H가 걱정되었지만 그런 걱정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후 웃으면서 플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분 좋은지 가만히 있었다. 갈색의 삐죽삐죽한 머리는 자신과는 달랐지만 예상외로 부드러웠다. 가만히 쓰다듬을 받으면서 있던 플루토는 종이 치는 소리와 함께 교실로 가고 자신은 마저 가던 과학실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수고했다. 어스.”
“네. 솔라선배님 수고하셨어요.”
“따핫! 생각해보니까 곧 있으면 벚꽃 피는 날 아니야? 그렇다면 당연히!!”
“니가 맡은 서류를 다 끝내면 생각해보지 마르스.”
“으응? 무슨 소리야? 봐봐 내 서류는 다했….”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 어스한테 맡겨놓고 어디서.”
“따하하핫… 들켰네.”
“몸 아픈 애한테 서류를 더 주냐 그래 상으로 어스 서류까지 너한테 줄게.”
“머큐리님 잘못했습니다.”
투닥투닥 거리면서 다정하게 지내는 학생회를 보자니 기분은 좋았다. 물론 저 싸움에 자신이 낀다면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상관은 하지 않았다. 활기차고 각자의 방법으로 즐겁게 지내는 학생회를 보면 자신마저도 활기차지는 느낌이었다. 원래 학생회란 조금은 딱딱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도 의외로 이런 다정하고 따뜻하면서 정신 사나운 분위기속에서도 학생회는 잘 굴러갔다. 아마 솔라 선배님의 덕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개성이 뚜렷해도 일은 시키면 제대로 착실하게 해왔기에 이 학생회가 그리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독특하지만 나름 멋진 학생회로서 그 일원이 된 것은 나름 이 학교생활 중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우야 살려줘!”
“문답무용. 이 주사기와 함께 잠들어라.”
라고 생각하고 판단하기 전에 일단 시체가 생기는 것을 막은 후 다시 한 번 더 생각한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 * *
“어스 있잖아…. 우리 선도부가 열심히 했다고 어디 놀러 간 데!”
“그래? 우리 학생회도 놀러 가자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는데.”
하교하는 길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플루토와 만나 종알종알 떠들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가던 중 나온 화제는 놀러 가는 것이었다. 선도부가 놀러 가는 곳과 학생회가 놀러 가는 곳이 겹친 것은 우연이었다. 혹시나 만나는 건가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하던 중 플루토가 같은 곳을 간다고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뻐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어스 우리 꽃놀이 함께 하는 거야?”
“정확히는 벚꽃구경이겠지 플루토. 같이 할 수도 있겠지?”
솔직히 그 구경하러 가는 곳이 워낙 넓다보니 만약 서로의 일정이 완전 다른 곳에서 이뤄지고 한다면 아무래도 힘들었다. 일단 선도부와 학생회에 사이는 기본적으로 좋지 않았다. 아마 다른 곳에서 한다고 하면 절대 둘은 같은 극의 자석인 마냥 붙지 않으려고 온갖 짓을 다할 것이 뻔했다. 그래도 희망 사항 정도는 자유니까 상관없겠지. 웃으며 답해오는 자신에게 플루토는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같이 가면 좋겠다고 작게 웅얼거리는 플루토에게 나도라고 작게 답하였다.
신에 장난일까, 운명일까? 겹칠 수도 있다는 꽃놀이 장소는 완벽하게 겹쳤다. 물론 자신도 기쁘기는 했지만 유독 얼굴 붉히며 배시시 웃는 낯으로 돌아다니는 플루토처럼 오버하는 형태로서 기쁨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플루토를 뭐라 할 이유는 없었다. 형태가 이상하더라도 그것은 엄연한 표현이고 표현은 어떤 생명체가 되더라도 자유였으니까. 신나서 방방 뛰는 플루토를 잠잠히 웃으며 바라보기만 하였다.
“어스! 우리 가서 뭐할까”
“플루토 너무 그렇게 들뜨지 마 예상외로 같이 못 있을 수도 있어”
“상관없어! 잠시라도 어스랑 같이 꽃구경할 수 있다면!”
플루토의 긍정적인 면은 좋으면서도 나빴다. 지금 상황에서의 긍정은 나쁘다는 개념보다는 플루토가 혹시나 왕창 기대하고 왔다가 정작 원하는 만큼 놀지 못해서 다운되는 상황을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저렇게 나온다면 방법은 없는 것이다.
“아 종 치겠다 나갈게 방과 후 때 보자!”
“그래 그때 보자 플루토”
수업이라서 자신이 수업하는 곳으로 가버린 플루토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준 후 자신도 반으로 돌아가 교과서를 꺼내고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 * *
시간이란 것은 느린 듯 빠르게 지나가서 어느새 당일이 왔다. 일을 안 한다는 점에서 신난 마르스와 나들이라고 좋아하는 다른 학생회 임원들을 보며 자신은 기분 좋게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곳은 명당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곳이었다. 잔디가 깔린 조금 넓은 들판을 둘러싼 벚나무들은 실로 절경이었다. 벚나무들 사이사이로 나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길은 이곳이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은 비밀 명당이라고 대놓고 표시하고 있었다.
“솔라님 이런 곳 어떻게 찾으신 거에요?”
“허허 그냥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단다. 자자,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돗자리를 펴고 쉬자꾸나.”
빠르게 돗자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 저 멀리 작게 소음이 들려왔었다. 두 명이 왁왁대면서 싸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데 아무래도 선도부 같았다. 이런 장소마저 겹치는 건가 싶어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 맞다니까!”
“길 같지도 않은 곳에 명당은 무슨 명당!”
플루토와 카론이 투닥거리며 이쪽이 맞다 웃기지 마라 라며 투닥거리고 있었다. 둘을 향해 외치며 자신이 한번 불러보니 플루토는 화색을 띠며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카론만이 케엑- 사람 차별하는 거 봐 하며 질색을 할뿐이었다.
“플루토 뭐 하는 거야?”
“아니… 명당이라고 찾아다녔는데 잘 못 찾아서….”
거꾸로 든 지도와 어설프게 찾으려 했던 듯한 시도가 눈에 훤하게 보였다. 다행히 어느 정도 운 덕분인지는 몰라도 완전히 길을 잃었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맞게 길을 찾았지만 다 와서 이리도 헤매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대신 길을 안내해주니 도착했을 때 선도부들은 그 명당에 대해 감탄을 하며 고생한 보람이 있네, 뭐네 하며 떠들며 신나하다가 학생회가 먼저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얼굴 굳혔다
“… 다른 데로 가자”
“기껏 놀러 왔는데 다툴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냥 여기서 쉬는 게 어떠냐”
학생회인 저희를 보자마자 가려는 선도부에게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눈치챈 솔라님은 굳이 고생하며 찾은 곳을 외면할 필요가 없지 않니? 하며 달래고 있었다. 그에 선도부는 꿍한 표정으로 최대한 자신들과 먼 곳에다가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냐고 하냐면 결국 두 무리는 함께하였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은근 붙어서 같이 놀고 즐겼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두 명의 인원이 조심스럽게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옯긴 곳은 조용하고 단둘밖에 없는 곳이었다.
“플루토 둘이 있는 것은 좋지만 왜 하필 이런 곳으로…?”
“그게… 어스 있잖아 할 말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하기 그래서”
자신에게만 할 말이 있다는 플루토에게 내심 무언가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닐까 살짝 기대하였다.
“플루토 그래서 할 말이?”
“저… 저…, 어스 있잖아”
평소와 다르게 우물쭈물하며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플루토를 천천히 기다리며 인내하고 있었다. 지체될수록 왜 그러는 거지? 하며 자신도 조금은 긴장되게 되었다. 그런 긴장감은 플루토가 입을 열자마자 다른 감정으로 변화되어 갔다.
“어스. 나 어스 좋아해! 그러니 사귀어줘!”
“…아?”
긴장감은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변해 둘 다 볼이 붉게 바뀌어서 화끈거리게 되었다. 고백받은 쪽이나 고백하는 쪽이나 부끄러운 상황에서 바람은 몰아치고 벚꽃잎이 흩날리며 자신들에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춤추고 있었다. 최근 플루토가 자신을 보며 볼을 붉히거나 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설마 이런 감정일 줄은 몰랐다. 제일 중요한 고백 받은 자신의 감정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혐오스럽지도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다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솔직히 자신의 이미지 같은 것 때문에 하는 틀리지 않은 거짓말이었다. 자신도 플루토를 좋아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몰라도 친구로서만 좋아하던 그 감정이 플루토와 같은 감정으로 지금은 변해있었다.
“… 그럼 대답해야겠지 플루토?”
“…!”
자신이 플루토를 거부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를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었다.
“나도 좋아해 플루토”
유독 더 강하게 휘몰아친 바람이 자신의 머리를 흩날리고 그런 바람 사이로 보이는 플루토의 기쁨과 놀람이 섞인 표정은 상당히 재밌어서 자신도 모르게 쿡쿡거리며 웃게 되었다. 기뻐하며 자신의 손을 덥석 잡고는 이제 돌아가자 걱정할 거야 너무 늦으면 뭐라 할 거야! 같은 소리를 하며 기쁜 마음을 어떻게든 하려 하지만 결국 주체하지 못해 목소리가 붕 떠 있는 것을 본인은 알까.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아름답게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저 다른 곳에서 진달래도 피어나있었다.
진달래가 피는 날
- 진달래의 꽃말 사랑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