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그것은 지구에 먹구름이 낀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 먹구름들은 새로 나온 게임 소프트를 플레이 하고싶어 지구인으로 분장을 하고 그것을 사러나온 마르스에게 있어선 좋은 기분을 망치는 제일 큰 요소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아직 지구의 볼 일이 끝나지않아 돌아가고싶지않았으나 그렇다고 비를 피할만한 우산이나 비 옷은 없었고, 비는 맞고싶지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화성으로 발 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화성으로 돌아가자마자 쏟아진 비는 그가 타이밍이 무척 좋다는 것을 알렸지만서도 그런 타이밍이 좋은 그를 찾기위해 막 지구에 발을 내딛은 붉은 머리의 그를 우울하게 만들어버렸다.
"따하핫, 타이밍 참 좋았지. 어떻게 내가 오자마자 비가 쏟아지냐. 그럼 지구에서 산 게임이나 해볼까나~"
"게임은 나중에 하지 그래. 마르스★"
"야, 새턴! 매너도 없게 갑자기 튀어나오는게 어딨냐!?"
"누가 누구보고 매너가 없다는거야? 내가 뭘 잡아왔는지나 보라고★"

어이없다는듯 하아? 하고 코웃음을 친 마르스는 새턴의 워프홀에서부터 던져진 이의 몰골에 저절로 나오는 비명을 막을수가 없었다. 얼굴은 바닥을 향해 쳐박혀져있어 제대로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대강 봐도 그것은 마케마케였다.
현재의 마케마케의 꼴은 말도 아니었다. 화려하고 강렬하던 머리카락의 붉은색은 잔뜩 죽은 색을 띄우고있었고, 날개 대신으로 쓰던 머플러는 물 위로 막 건져진 미역처럼 흐물흐물 늘어지는 것이 마치 물에 빠진 생쥐꼴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걸 가르쳐주는 듯한 꼴을 하고있었다.
마르스가 그런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위해 발로 머리를 툭툭 차기만하고 그를 데려온 (정확히는 끌고온것이다) 새턴에겐 안중도 없자, 역삼각형의 입을 꿈틀거리며 꼬던 새턴은 "호오?★" 하고 웃었다.
"어이, 뒷처리 해준 사람에겐 감사인사도 없는걸까나★"
"어? 아, 이런 물에 젖은 불닭새끼 끌고온걸로 생색은. 따하핫. 좀 넘어가자?"
"뭣, 쉽게 생각하지말라고?★ 이 녀석이 지구에서 비 맞으면서 어슬렁거리고있다고 어스는 나한테 말하고.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인간들 카메라에 찍힌거 뒷처리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 정도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보상이 있어야지★"
"허? 그러냐? 내 메카 한방이면 완전 초기화도 가능했는데 뭘 그렇게 힘쓰냐. 따하핫, 그렇게 말할거면 빌린 돈이나 갚ㅇ…."
빌린 돈의 얘기가 나오자 사라진 새턴의 워프홀에 어이없다는 듯 하- 하고 헛웃음을 내뱉은 마르스는 바닥에 흐트러져있는 그의 앞에 털석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봐도, 물에 젖어 묵직해진 머플러로 찰지게 뺨을 내려쳐봐도 깨어나지않는 그의 모습을 보더니 "너도 참 독하구나" 라는 중얼거림을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어째서 그때 간거냐?" 듣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질문을 내뱉은 마르스는 이내 한심하다는 듯 픽 웃어버렸다.
"따하핫, 듣는 사람도 없는데 왜 혼자서 얘기하는거냐. 마르스. 멍청이냐"
"으윽…."
"엇, 불닭아 깼냐?"
"여긴…."
"네녀석은 뭐하러 지구에서 싸돌아다니기나하냐? 아우가 널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윽… C8…. 남의 일에 신경 끄시지"
눈을 뜨자마자 경계를 하며 신경질이 섞인 말을 가득 쏟아내는 마케마케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마르스는 한동안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 아마 말을 이어간다해봤자 저 벙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뻔뻔하다는 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겠지. 확실히 지금 그는 자신에게 감사해야할 상황이 아닌가? 완전 비에 젖은 생쥐 꼴인 불닭을 구해준건데 (정확히는 떠맡겨졌다) 그것에 감사하긴 커녕 신경질을 내며 욕이나 내뱉다니. 누가봐도 뻔뻔함의 극치인건 확실했다. 아마도.
결국은 그의 태도에 화가 난 마르스는 허, 하고 턱 막힌 숨을 자유롭게 내뱉었다.
"야, 불닭아. 감사인사는?"
"없다. C8새끼야"
"…저걸 확 그냥. 아오… 참자…. 야, 불닭아. 넌 마케마케 비워두고 어딜 싸돌아다니냐? 지구는 왜 또 갔는데? 아우가 널 좋아할거 같냐?"
"……이… 거길… 갔다길래…."
"뭐?"
"C8!!! 아아악!!! 됐어!!!"
혼자서 갑자기 소리를 크게 빼액 지른 마케마케는 이내 자꾸만 가면의 자리를 넘보며 찰싹 달라붙는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쓰윽 쓸어넘기더니 이상할치리만큼 차분해졌다. 혹시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면 다른 행성이 되는건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마르스는 그런 이상한 그의 태도에 의문으로 눈썹의 높낮이를 다르게해 꿈틀거리다가 됐다 라고 중얼거리더니 앞으로 넘겨 바닥을 짚고있던 손을 뒤로 넘겨 짚어 허리를 쭉 펴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래, 그런건 됐고. 그래서. 카이퍼대는 요즘 어떠냐"
"…달라지는게 있겠냐. 똑같이 쓰레기판이다"
"따하핫, 하루라도 안그러면 거기가 카이퍼대냐?"
"그러면서 뭘 물어보냐 C8, 답없는 새끼"
"불닭이가 입이 많이 험해졌네. 내가 잘못 키웠어"
장난스레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을 조롱하는 마르스의 태도에 울컥한 마케마케는 뭐라 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이내 다시 다물어버렸다.역시 어딘가 많이 수상했고, 이상했다. 그런 그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선 해야하는게 무엇이 있겠는가? 당연히 추궁해내고 깊이 파고들어 캐내는 수 밖에 없지.
"너 무슨 일 있었냐? 불닭주제에 겸손해졌어"
"C8, 겨, 겸손은 무슨.."
"맞아. 겸손은 아니지? 따하핫. 그냥 뭔가 얌전해졌달까. 완전 다른 행성 같거든?"
어째서일까. 고개를 들 생각이 없는 것인지 계속해서 푹 숙이고있는 마케마케의 모습에 마르스는 결국 혼자 떠들던 입을 다물었다. 이러면 혼자서 얘기하는 정신병자 같지않을까. 아니 사실 그는 처음부터 왠지 모르도록 끈적하게 달라붙어와 계속 그 자리를 맴도는 어색함을 떨쳐낼수가 없는 분위기였다는걸 알고있었고, 그 떨떠름함이 싫었기에 그는 애써 혼자라도 떠들었던 것이었지만.
"…하, 하하. 이러면 나만 병신같잖아? 야, 할 말 없으면 가라. 불닭아. 오늘은 할 실험도 없으니까"
마르스가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손에 들며 말하자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있던 마케마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행동에 놀란 마르스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 칠흑같이 까만 고글에 가려져 그의 놀람은 겉으로 보이지않았다. 그저 자신 혼자만 알고있는 감정일 뿐. 평소의 마케마케라면 무언가라도 대접하라며 화를 내고 깽판을 치기 마련일텐데 이 무슨 일인가?
"야, 너 정말 아프냐?"
아니, 사실 아픈건 마르스 본인이었겠지만.
"별로"

마케마케가 젖은 머플러를 바닥에 끌며 자신의 연구소에서 발을 빼는 모습에 마르스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벌리고있다가 이내 살짝 욱신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처음엔 조금씩 고동치던 가슴이 이내 쿵쾅거리며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 생소했기에 가슴을 쥐어뜯어버리고만 싶었던 그는 얼굴을 마구 구겼다. 어째서?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오만가지의 표정이 얼굴 위로 드러나게된 마르스는 결국 고글을 벗어내고 잔뜩 망가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핵이… 아파…."
마치 터질 것처럼 조여오고 불덩이처럼 후끈 달아오르는 핵이 안좋은 예감을 불러왔다. 아니, 안좋은 것이라고 확실하게 알 방법은 없었지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으니 안 좋다고 단정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일단은.
[마르스. 어디 몸이 아픈거야?]
"어? 우리 샛별이~ 내가 보고싶어서 연락한거야?"
[음~ 꼭 그런거는 아니지만 마르스가 그렇게 생각하고싶다면 그렇다고 해줄게]
심장을 부여잡고있던 손을 놓은 마르스는 얼른 의자를 당겨 모니터 앞으로 가 여유롭게 머그잔을 들어올렸다가 내려보였다. 그것은 안색이 좋지않아 어딘가 아파보이는 자신을 걱정하는 모니터 건너의 상대인 비너스에게 괜찮다는 표시를 보내는 것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겉모습은 숨긴다하더라도 그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는 감정을 감히 사랑의 여신에게 숨긴다니 그것은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르스, 무슨 일 있구나?]
"뭐? 아, 아무 일도 없다니까?"
[방금 전에 말 더듬었어]
"따하핫…. 역시 우리 샛별이. 그래… 너한테 뭘 숨길 수 있겠어. 으음, 그냥 좀. 핵이 아파서"
[핵이 아프다니? 그럼 위험한거 아니야?]
"글쎄…. 음… 그게, 좀 후끈 달아오르고 욱신거리는 것만…."
[자주 그래?]
"아니아니. 그건 아니야. 따하핫! 우리 샛별이 오빠 걱정하는거야?"
[어머, 내가 언제 걱정했다고. 그나저나 왜 그럴까? 어떨때 아픈데? 가령 운동을 열심히 했다던가]
"어… 음… 아니…, 그게…. 불닭녀석을 볼때만 그렇거든? 그… 그 녀석이 나한테 좀 서운하게 한달까. 아쉽게할때… 그런때에 그러더라"
[흐음, 어머. 마르스. 의외인걸. 그럼 내가 도와줄까나?]
"뭐? 왜 그런지 아는거야?"
마르스가 놀랐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머그잔을 의자 팔걸이 위에 내려놓은 뒤 벌떡 일어나자 비너스는 노랗게 빛나는 손으로 슬쩍 천을 들어 눈을 보이다가 예쁘게 눈꼬리를 접어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입가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따라 올려졌던 천이 스르륵 부드럽게 내려와 다시 눈을 가렸다.
[마르스. 나는 사랑의 여신인걸. 그런걸 모를리가 없잖아? 마르스. 너 그 불닭이란 아이 좋아하는구나?]
"하아? 하… 따하핫… 그럴리가 없잖아. 비너스. 난 어릴때부터 너를…."
[글쎄, 하지만 그건 그냥 동경일지도 모르는 사랑이잖아? 빛나는 사람을 동경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마르스. 다시 생각해보는건 어때? 너의 진짜 감정을]
진짜 감정.. 넋이 나간채로 중얼거린 마르스는 입을 뻥끗거리다가 결국은 평소의 페이스를 잃어버린채 하.. 하하.. 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넋이 나간 웃음소리를 듣던 비너스는 이내 피식 웃음을 짓고는 연락을 끊어버렸다. 십자의 빛을 내며 사라진 비너스의 얼굴은 완전한 침묵을 알렸고, 그와 동시에 마르스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계기를 만들어내었다.
"설마.. 아니겠지.... 젠-장... 그 불닭녀석.. 한번만 더 보면 확실해지려나... 설마.. 아니겠지.."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처음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시킨 마르스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자 머그잔은 챙그랑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 부딪혔지만 그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쓸 겨를조차 없다는 듯 매정하게 연구실을 나섰다.
검은 우주를 배경삼아 화성을 떠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인지,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몸 주위에 환한 불꽃을 일구어 유유히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예상외로 주변이 조용하구나 싶어 여유로이 진공상태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은 마르스는 그 순간, 제 볼 옆을 기세좋게 날아 스쳐 지나가는 돌 조각에 번쩍 눈을 떴다.
"뭐, 뭐야?!"
"이 미친새끼 빨리 네 녀석 구역으로 꺼져버려!!"
"C8, 가려고했는데 막아버린 새 대가리가 무슨 배짱이냐!!"
"막긴 누가 막냐. 먼저 시비턴 쫄보새끼가 입만 뻥 뚫렸나!"
"뭐, 이 C8! 이 새 대가리 새끼 존재까지 사라져버리게 만들어주마!!"
"그건 내가 할 말...!"
"어이어이, 위험위험. 타이탄. 너, 새턴한테 말할까나? 따하핫"
"그, 그건.. 그것보다. 마르스님도 너무하시죠. 매번 저 새끼만!! 감싸시고"
"저 새 대가리가!!"
타이탄이 일부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마케마케에게 내밀며 '저 새끼' 라는 비속어를 강조하듯 소리치자 마케마케는 발끈해 타이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그렇게 또 언성을 높여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게 싸우는 타이탄과 마케마케의 사이에서 멍하니 껴있던 마르스는 타이탄의 그 한마디에 어지러운 머릿속을 되짚고있었다.
매번? 매번이라니? 매번 자신이 마케마케만 감싸왔다는건인가?
"아"
"헉..!"
"..아프네.."
"저, 저기, 야, 닭 대가리. 빨리 사과드려..!"
"뭐, C...C8! 내.. 내가 왜?! 네 녀석 잘못이잖아!?"
어느새 주먹까지 지나다니는 싸움이 되어버린 두 행성의 살기는 마케마케의 주먹이 타이탄의 몸에 닿지않고 그 사이에 서있던 마르스의 볼에 꽂히며 사라져버렸다. 낮게 깔아놓은 목소리로 아프네.. 라고 중얼거리며 제 볼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타이탄은 기겁을 하며 마케마케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듯 그에게 속삭였고, 마케마케는 저, 씨..! 비겁하게..! 라고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둘이 가깝게 달라붙어 얘기하는 모습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마르스는 이내 미간의 간격을 점점 좁혀갔다. 왠지 모르게 깊숙한 곳에서 자꾸만 뭔가 꿈틀거리는 듯한 간지러운 감정에 저도 모르게 화가 난 그는 마치 날개처럼 화려하게 펼쳐진 마케마케의 머플러를 뒤로 확 잡아채곤 온 몸에서 커다란 오오라를 분출해내었다.
내꺼야.
건드리지 마.
라는 듯이 기선제압을 한 마르스의 기운에 움찔한 타이탄은 기가 죽어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는 듯 했고, 마케마케는 그의 기운같은 것은 전혀 모른채로 그에게 의문을 표현했다.
"어이, 마르스. 이게 무슨..... 야?"
머플러를 강하게 쥐고있는 그의 손에서부터 미약한 진동이 느껴져오자 마케마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기만했다. 당황해야할 것은 당연히 자신인게 분명할텐데 어째서 그가 더 당황하고있는 것인지 그것은 그에게 있어 제일 큰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의 의문만으로 머릿속을 화이트 아웃으로 만들어버린 마케마케와는 달리 마르스는 여러가지의 복잡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워갔다.
어째선지 모르게 솟아오른 독점욕이 강력한 살기를 만들어내었고, 그 살기로 인해 누군가가 물러설 정도라니?
자꾸만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 마르스는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이 혼란 속의 가운데에 한가지 정확한 것이라면 마케마케가 옆에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그래. 마르스에게 있어 그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외침이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퍼져오고있었으니까.
"야..?"
"야 불닭아.. 좀만 옆에 있어주면 안돼냐?"
"ㅁ..ㅁ...ㅁ..ㅁ,뭐...?"
"나 진지하니까. 좀만 옆에 있어주면 안돼겠냐?"
"아.. 그, 그게.. 그러니까.. C8... 괜찮아.."
마케마케의 머플러를 꾸욱 쥐던 마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픽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인조된 웃음이 아닌 자연적인 미소를 보게된 마케마케는 조금씩 얼굴을 붉히다가 아랫 입술을 살짝 비죽이곤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언제나 뻔뻔하다는 말이 나올만큼 당당하던 두 행성이 제대로 말도 못하고, 또 솔직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그 둘은 진심이 조금은 묻어나왔다. 이제는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뭐랄까 갑자기 이런 감정을 느껴버려 이제는 당당하게 그의 신체를 터치하지 못할것만 같았던 마르스는 결국 마케마케를 머플러를 끌고 다시 화성으로 돌아왔다. 서로 등을 기대어 앉아 아무 말도 하지않았지만 무언가 가득 찬 느낌이었기에 둘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시키고나서야 그제서야 마르스는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시켰다.
'불닭 녀석은 왜 하필 나 같은걸 좋아하게 된거지? 아니, 그렇게 치면 나는.. 이 욕쟁이 불닭이 뭐가 좋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턱을 괴고있던 마르스가 허리와 등을 곧게 펴며 제대로 앉아 뒤에서 마치 돗대처럼 딱딱하고도 곧게 펴져있던 등과 자신의 등을 맞대자, 맞대어진 등이 흠칫 잘게 떨림을 느낀 그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이런건 좀 귀여울지도'
마르스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한 번 깨닫고 나니 이제는 흘러넘치는 감정을 주체할수가 없다는 것인가? 이젠 숨기려해도 더 이상은 숨기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와버린 것이겠지. 그는 분명 그랬으리라 믿었다.
"이제 난 단지 너를 위해 살아갈 뿐이야"
"뭐?"
"따하핫, 무슨 말 들었냐? 이제 귀도 나빠졌나보네 불닭은"
"C8, 뭐야?!"
"따하핫, 조금은 기쁠지도"
"에? 아, 으응.. 뭐.."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은 다시 서로의 정면을 바라본 둘은 진심으로 밝게 웃고있었다. 소리는 나지않았고, 둘 다 눈은 가려져있었지만 눈꼬리를 예쁘게 휘어서 웃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밝게.
그렇게 밝게 웃고있는 두 행성의 손은 어느새 저들도 모르게 맞닿아있었다. 아니 닿아있다기보다 얹어져있었달까? 아, 그래도 이제 맞잡은게 되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