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푸르른 잎들이 바람소리에 맞추어 산들산들 춤을 추며 그의 뺨을 간지럽혔다. 따스하게 내리쬐며 소근 거리는 햇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 웃으며 지나가는 바람, 그런 바람가락에 맞추어 부드럽게 춤을 추는 새싹들. 그 모든 것이 그의 집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집을 이루는 것이자 그 자신의 일부로 녹아들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야겠지."
그는 작게 슬슬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잠시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꽤나 중구난방으로 그들이 찾아왔었으나 이제는 꽤나 익숙해져 그도 그들이 올 시간대를 어림잡아 잴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제 곧 그들이 와서…
"아우야~?"
특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가장먼저 나타난 것은 마르스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가 예상했듯이 마르스의 손에는 씩씩거리는 여자아이가 대롱대롱 들려있었다. 아이를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데,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실험 하고 있는 게 있는데 투스가 방해될 거 같아서 말이지, 이런 쪽은 아우가 더 잘 알지?"
마르스가 가볍게 손을 놓는다. 툭하고 바닥에 떨어져가는 아이. 그는 놀라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가.
"그런고로 우리 투스 잘 부탁한다~"
따하하핫 하고 웃으며 마르스는 손을 흔들었다. 아아, 이제 시작이겠지… 그는 투스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 아이는 움찔하고 작게 경계하며 그에게서 점점 떨어졌다.
그것은 그와 그 아이와의 거리감. 가깝고, 친한듯 하면서도 그와 작은 소녀의 사이에는 아직 이질적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을 사라지게 하기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필히 그것중 하나는 시간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작은 간식을 내밀었다. 물론, 받지도 않고 태워버렸지만.
"야. 이거 좀 맡아봐라."
"빼애애애애액!!!!!"
그가 후다닥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를 거꾸로 뒤집어 잡고 있는 주피터였다. 녹색머리의 꼬마아이는 귀가 떨어지도록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아이를 제대로 안아들어 등을 부드럽게 토닥, 토닥. 두들겨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히끅히끅 거리며 서서히 우는 소리를 줄여나갔다.
아이가 울었던 이유는 분명, 솔직하지 못한 표현방식 때문일 터였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표현해주면 이렇게나 착하고 순한 아이인데… 그는 이미 가고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스니이이이임..."
훌쩍거리며 덜스가 그에게 매달린다. 투스는 아직도, 그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은 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저 거리의 이질감은 도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사라질 수 있는 걸까.
"그래그래, 이제 괜찮아."
"괜찮다면 우리애도 데려가줘★"
가볍고도 웃음이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의 등에 무게감이 실렸다. 아아, 그가 어스의 등에 아이를 얹어버렸다. 갑작스럽게 바뀌어버린 무게중심 때문에 어스는 순간 휘청, 하고 넘어질 번 하였지만 그런 그를 뒤에서 받쳐준 고마운 이가 서있었다. 하지만 그 딴에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것이 맞는 것일 터다. 하지만 문제는…
“안 그래도 몸도 약하면서 더 다칠 셈이야?”
왜 이들은 매번 비슷한 때에 오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넘어갈 번한 그를 막아준 그녀도 자그마한 아이를 품에 데리고 온 상태였다. 그녀는 어스에게 아이를 넘겨주지 않고 함께 가져온 자그마한 요람위에 그녀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살짝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는 설명. 그것은 모두 아이를 위한 것일 테지만, 아이는 꽤나 지쳐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솔라와 루나, 비너스까지 오게 되어선, 결국 7명 모두의 후계자를 그가 돌보는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게 처음이 아니다. 처음에 그가 ‘슬슬 이때 즈음 이면 오겠다.’하고 생각 했을 정도로 꽤나 빈번하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즉 아이들과 어스는 구면이고, 이미 여러 번 만나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돌봐주는 사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와 그 사이의 관계였다.
친하다? 그리 칭하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투스는 아직 어스를 경계했다. 먼이나 웬즈는 경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가오는 것이냐 물어보면 또 그것은 아니었다. 덜스는 주피터와의 사이가 워낙에 좋지 않았기에 어스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또 그만큼 쉽게 따라주었다. 세럴도 그것은 비슷했다. 세럴은 새턴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보호받는 느낌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그러했다. 그리고 프라이와 선은 워낙에 활기가 넘치는 아이들이라, 오히려 가끔씩은 어스가 휘둘리는 꼴이었다.
“음… 뭐라도 할까, 얘들아?”
그나마 가장 친한 덜스가 손을 붕붕 흔든다.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어스를 바라보고 있거나, 끼리끼리 뭉쳐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좋은 생각이 난 듯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공간으로 향했다. 새하얀 구름들이 모두를 푹신하게 받쳐주는 곳. 아무도 모르는 그만의 공간이며, 그가 이곳에 여태 있어 주었기에 존재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둘 중의 하나는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얘들아, 이것 좀 봐볼래?”
새로운 곳에 와도 여전히 아이들은 서로서로, 혹은 따로따로 놀고 있었다. 아이들끼리도 이렇게나 어울리지 못하는데…. 어스는 그런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슬며시 웃으며 하얀 구름들을 뭉치고 다듬고, 매만져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둥글고 귀여운 볼과 자그마한 눈과 손바닥, 어스가 빚어낸 그것은 아이들의 모습과 꼭 닮은 하얀 구름 모형이었다.
“이것 봐, 귀엽지?”
깜빡깜빡, 몇 쌍의 눈동자들이 그의 손과 하얀 인형을 바라본다. 이걸로 조금씩 친해질 수 있을까. 그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사이의 거리 말고도, 아이들과의 관계 사이의 무언가를 채워 갈 수 있도록.
“어, 어떻게 하는 거 에요…?”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먼이었다. 평소의 멍하고 졸린 눈빛은 사라지고 반짝거리는 금색의 눈동자가 어스의 손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어스는 구름을 작게 떼어내 먼의 작은 손에 꼭 쥐어줬다. 오밀조밀, 입을 꾹 다물고 손을 잔뜩 꼼지락 거리며 구름조각을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동글납작한 얼굴, 길쭉한 귀. 틀림없이 먼은 루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스의 손바닥보다도 훨 배 자그마한 모습이었다. 먼은 미간에 살짝 주름까지 밀어 넣으며 힘겹게 루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풉, 그게 뭐야! 하나도 안 닮았어!”
열심히 만들고 있던 먼 곁으로 프라이와 세럴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프라이는 먼이 꼭 쥐고 있던 루나를 가져가 자그마한 손으로 오밀조밀 다시 뭉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해보는 것 일 텐데도 프라이는 능숙하게 구름들을 매만져 비너스 모양의 구름 뭉치를 내보였다.
“자! 이렇게 만들어야지! 이것 봐 비너스님이랑 꼭 닮았지?”
“나, 나는 루나님을 만들려 했단 말이야…!”
먼은 느릿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프라이는 그런 먼에게 당할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때로는 어스도 못 말릴 정도로 사고뭉치였으니까. 어스가 둘을 말리러 다가가려는 찰라, 선이 먼저 성큼성큼 다가가 프라이를 붙잡았다. 아주 조금은, 아이들과의 거리가 가까워 졌을지도 모르겠다.
“왜 먼이 가지고 놀던 거 뺏어?!”
“뺏은 게 아니라 도와준 거거든~?”
어스가 작게 웃으며 먼에게 다시 구름조각을 떼어줬다. 선은 프라이를 반쯤 노려보며 먼과 함께 구름조각을 오밀조밀 뭉치기 시작했고, 프라이와 세럴은 비너스가 되어버린 구름 조각을 가지고 이번엔 새턴을 만들고 있었다. 곧이어 덜스도 어스에게 반쯤 매달려 구름으로 작은 나무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어스와의 거리를 좁히려 하지 않았다.
“….”
“…투스, 같이 안 놀거야?”
투스는 웬즈의 말에 살짝 고민하는 듯 했지만 결국 그녀는 ‘나는 싫어.’ 라고 나지막하게 답했다. 웬즈는 그런 투스의 손을 꼭 잡은 채 다른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끼어버린 웬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런 둘을 보며 어스는 고민했다. 과연 지금 다가가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너무 성급하게 이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은 아닐까. 덜스를 잠시 프라이와 세럴 쪽에 내려주곤 어스는 아이들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간식 같은 것으로 친해지는 것은 한 순간 뿐이다. 그래, 어찌 되든 결국 좁혀야만 할 거리일 터다. 그는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걸치며 둘 앞에서 굳게 닫힌 무언가를 열었다.
“투스랑 웬즈도 해보지 않을래?”
웬즈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웬즈에게 새하얀 구름 뭉치를 건내며 어스는 다시한번 어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투스는 생각 없니?”
그녀는 어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은 것일까. 이 연약한 사람의 손을 잡아도, 그녀 스스로가 그에게 무언가를 해버리지 않을까 하고 그녀는 먼저 겁을 먹고 있었다. 분명 친해진다면 그런 것 따위는 걱정할 필요 없을 텐데. 상처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상처주고 상처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일터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친해지지도 못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꽤나 슬픈 일이지 않을까.
“저는…”
“있지. 너는 왜 매일 떨어져 있어?”
불쑥, 어스와 투스 사이에 선이 끼어들었다. 먼은 살짝 웅크린 채 웬즈의 옆에 서있었다.
“먼이랑 프라이랑 있느라 잘 눈치 못 챘는데, 그렇잖아? 왜 매일 혼자 떨어져 있어?”
“…그거야,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투스는 불꽃을 일렁이다 고개를 홱 돌렸다. 웬즈는 그런 투스를 보며 조심스레 다가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이 그런 투스의 손을 홱 잡아채더니 방긋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 불을 쓰는 거야? 나랑 비슷하다! 나도 음, 비슷한데 다른 거 쓰거든. 이것 봐!”
어리둥절한 투스에게 그녀는 옅은 불꽃을 보여주었다. 따듯하고 기분 좋은 햇살과 같은 불꽃. 불은 꼭 뜨겁고 위엄한 존재만은 아니다. 선은 그것을 투스에게 자연스레 보여줬다.
“…뭔가 따듯해.”
“그치? 그렇지? 그러니까 같이 놀자!”
“나도 괜찮으니까. 같이 놀자, 투스. 아니면 따로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투스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와 다리를 잔뜩 숙인 그가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구름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불꽃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투스는 가만히 어스를 보다가 작은 구름덩어리를 받아 두 손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아직 아주 가까워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은 이것으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조금씩이나마 가까워지게 될 무언가가의 계기가.
“어스님! 이것보세요!”
덜스가 웃으며 작은 구름덩어리를 손에 든 채 붕붕 흔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크게 솟아있는 구름을 둘러싸고 커다란 조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형태를 잡는 것은 덜스와 세럴이, 세세한 부분을 고쳐 나가는 것은 프라이가 맡아 꽤나 그럴싸한 형태가 잡혔다. 문제는 그것이 조금 특이한 모양이었다는 것이지만.
“얘들아…? 그건 대체 뭐인지 알 수 있을까?”
“위에서 팡야팡야 하는 겁니다!”
“팡야팡야가 뭐야? 그게 아니라 좀 더 붕붕붕 이지!”
어스와 다른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프라이는 살짝 뚱해져선 구름들 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단단하게 쌓여있던 구름이 그런 프라이를 다시 위로 높이 올려주고,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하늘 속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걸 가만히 보던 덜스도 곧이어 ‘이렇게 하는 거죠!’라며 뭉쳐있는 구름들 사이로 몸을 던졌다. 지켜보기만 하던 아이들도 그런 둘을 바라보다 우르르, 구름에게로 뛰어들었다. 물론, 투스도 조금씩 다가가다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뭐야 이거? 재밌어!”
“비너스님이 알려줬지”
꺄르륵 거리며 아이들이 구름 위에서 통통 튀어 올랐다 내려 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거리감.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겠다. 어스는 구름 위에서 노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금씩 다가가 아이들이 있는 곳에 털썩, 누워버렸다. 순간 아이들이 붕하고 위로 떴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놀란 눈이 가득했지만 다시 아이들은 웃기 시작했다.
“한 번 더, 한번 더해요!”
“하지만 위험할지도 모르는 걸?”
한 번 더 하자는 프라이의 코끝을 가볍게 치며 그는 웃어보였다. 그가 처음에 느꼈던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아이들과 그를 간질였다. 햇살은 다시 아이들과 그의 귓가에 소곤소곤.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이들을 품 안에 안아보았다. 7명 모두를 안기에는 작은 품이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 그의 아이들이었으니까.
모두와 다 골고루, 아주 많이. 친해지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씩 이렇게 이 거리의 틈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면 괜찮이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먼 훗날의 나중에.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아이들과도 이별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별하기 전에 이 아이들에게도 후회 없는 마음을 전하면, 그렇다면 분명히 이런 거리감은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어스는,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동화책 읽을까?”
“앗, 저는 그럼 공주님과 왕자님이 나오는 게 좋아요…”
먼이 누워있다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어스는 그런 그를 보며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러곤 구름들을 바닥으로, 푹신하게 치우며 어디선가 책 한권을 가져왔다. 그리곤 평소보다 조금 더 나긋나긋한 말투로 이야기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공주님이랑 왕자님도 반짝반짝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치?”
선은 먼의 손을 꼭 붙잡았다.
“공주님은 얼마나 이뻐요~? 비너스님보다 더 이뻐요?”
프라이가 어스의 어깨에 매달린다. 살짝 무겁다고도 느껴지지만, 이 정도는 별것 아닐 터다. 덜스가 프라이에게 소리를 친다. 힘들게 뭐하는 짓이냐고. 웬즈는 눈을 반짝이며 어스를 바라보았다. 이야기가 궁금했을 것이다. 세럴은 조금씩 졸기 시작했다. 확실히, 조금 많이 움직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투스는, 매달린 프라이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래, 비어있는 무언가를 채우는 시작은 이것으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보자면 이런 시작이라면 오히려 더 좋은 시작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