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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컾링은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컾링임을 미리 밝히며, 작중에 등장하는 ‘블빵’은 작가님의 오너캐 ‘블루베리빵’을 의인화한 캐릭터입니다. 즉, 실존인물이신 작가님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상인의 얼굴 관련, 글쓴이와 그린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갔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에 생길 캐붕이 많음을 미리 언급하며, 너그럽게 보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창조주

 

 

 

 

  “창조주.”

 

  특유의 능글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정말 듣기 싫었던 목소리, 정말 지긋지긋한 목소리였다. 블빵은 애써 목소리를 외면하고 베개로 머리를 감싸며 돌아누웠다. 목소리의 주인은 뻔했다. 스토커 기질이 있는 놈. 블빵은 꿍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인… 나 잠 좀 자자고… 좀….”

 

  그렇다. 그녀는 지금까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자신이 만든 존재, 캐릭터인 상인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었다. 아니, 상인은 이것을 괴롭힘이라고 생각 안 할지도 모르겠다. 상인은 그렇게, 설정부터 조금 정신에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있도록 만든 캐릭터이니까. 블빵은 2D캐릭터가 이렇게 엄연한 창조주인, 자신이 있는 차원으로 그대로 올 수 있다는 것부터가 어이가 없었으나, 와도 상인이 온 것이 탐탁지 않았다. 오면 어스나 올 것이지… 아니면 세럴이라던가. 중얼거리던 블빵은 한 문구를 생각해냈다. 누가 그랬던가, 2D세계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모든 그림쟁이들의 소원이라고. 하지만 어째 이 상인이란 놈은 반대로 창조주가 사는 차원으로 넘어왔고,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찾아왔다. 참, 얜… 여러모로 대단하단 말이야. 자신을 계속해서 부르는 상인의 목소리에 블빵이 못 참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내가 몇 번을 말해. 널 만든 건 내가 아니라 우리 집 거북이라고!”

 

  몇 번이고 거북이를 들어 보였지만, 상인은 그 정도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이 웃으며 거북이를 빼앗아 어항에 다시 집어넣을 뿐이었다. 웃는 표정의 복면 뒤로 짓고 있을 표정이 예상이 갔다. 내가 만든 존재였으니까. 분명 이자는, 눈웃음 지으며 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날 지켜보고 있으리라. 그렇게 예상이 간 그녀는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었다.

 

  “왔으면 환기나 할 것이지. 뭐 하고 있었냐.”

  “창조주를 보고 있었습니다. 문제라도-?”

 

  꺄르륵, 이라며 소녀같이 웃는 소리는 정말 소름 끼쳤다. 그러곤 소파에 엎드려서 머리를 묶는 날 계속 바라보고 있는 상인이라니… 180cm가량(혹은 그 이상)의 거구가 날 이리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오싹한 사실이었다. 나는 상인의 머리를 밀치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 어느새 마지막 휴일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하나… 한숨을 쉬며 물을 끓였다.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되겠지. 하지만 상인은 이런 날 보고 안 된다는 듯이 자신 멋대로 냉장고에서 편의점표 밥과 김치, 비엔나소시지를 꺼내어 이리저리 요리하기 시작했다. 물이 다 끓자 컵라면에 물을 붓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상인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아침상이 차려졌다.

 

  “요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하냐?”

  “어차피 이곳도 제가 사는 곳과 다르지 않더군요. 간단하게 한 것입니다.”

 

  소시지구이를 날름 집어먹으며 상인이 말했다. 그와 닮은 모양새를 한 소시지구이는 꽤나 맛있었다. 나는 아침밥을 먹으며 지금껏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너, 대체 여기에 어떻게 오는 거야?”

  “비밀입니다. 창조주가 찾으신다면 제가 더 이상 못 찾아오시게 그리실 것 아닙니까.”

 

  정확했다. 아무리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상인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를 죽일 수 있는 권한은 창조주인 나에게 있었다. 그가 죽어있는 그림을 그리면 난 그만이었다. 하지만 애써 만든 캐릭터였고, 독자들도 나름 지지하고 있는 층이 많은 캐릭터였기에 죽이긴 아쉬웠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어느새 복면을 벗고 아예 젓가락을 가져와 소시지구이를 케첩에 찍어 먹는 상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창조주도 저, 쉽게 죽이시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거기다 저도 순순히 죽는 존재는 아니구요.”

  “그래, 너 정도면 아마 차원이동을 해서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

 

  한숨을 풀풀 내쉬며 밥을 마저 먹었다. 아차, 가장 중요한 걸 안 물어봤지.

 

  “근데, 넌 도대체 왜 계속 이곳으로 오는 거야?”

 

  멈칫. 날 그저 응시하고 있던 상인의 눈빛이 조금 흉흉하게 바뀌었다. 이를테면, 살기와 비슷하게.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바뀌었다. 밥맛이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 무엇인가 곧 위협을 당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이만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내가 급히 편의점표 밥을 다시 냉장고로 집어넣으려 하자, 상인이 내 손목을 강하게 잡고 놔주지 않았다. 상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야, 당신의 핵, 혹은 우리의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미친놈아, 나 핵 같은 건 없어. 난 심장만 있다고.”

  “그럼 그 심장을 가져가죠 뭐.”

 

  이 새끼는 역시 날 죽이려고 계속 찾아왔나 보다. 이런 예비 살인마를 내 집에 계속 들여놓다니. 당장이라도 이 자를 내쫓아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손목을 뿌리치며 달려 나가려는 순간,

 

  “-라는 것이 표면적 목표이긴 하지만, 다른 이유가 큽니다.”

 

  다른 이유…? 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인은 손목을 놓아주며 피식 웃었다.

 

  “창조주의 모습을 보는 것이 꽤나 재밌어서 말이죠. 바보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난 너 같은 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아깝네요. 나름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창조주의 감정 반응과 그에 따른 세계의 변화를 관측해보고 싶었는데.”

 

  상인은 얼토당토않는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며,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혀로 주변 입술을 핥는 그 모습은 묘하게 무서웠다. 상인은 다시금 턱을 괴었다.

 

  “어서 드시죠. 인간에게 아침밥은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네….”

 

  꿍얼거리며 밥을 묵묵히 먹는 그녀를 보며 상인은 역시 재밌다고, 계속 관찰하고 싶은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자주 이곳으로 넘어올 것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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