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솔의 술수에 말려들어 아이의 몸이 되어버린 아레스는 사건의 주모자인 솔의 침대에 앉아 착실히 서류를 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사랑이 담뿍 담긴 뽀뽀를 해준다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을 해도 오히려 ' 그럼 이대로 살지, 뭐. '라고 말하며 다른 프로텍터즈에게 일을 맡기고는 간단한 서류를 보고 어려진 몸에도 능숙히 일하는 모습에 어처구니없었던 솔이였다. 이런 반응이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기에 좌절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어려진 그녀의 모습을 보는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분명 며칠이 더 지나면 뽀뽀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레스의 반응은 여전했고 솔은 뽀뽀를 '받겠다.'에서 기필코 받아 내겠다고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공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엎드려 꽃받침을 하고 눈웃음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 아레스으~ ' 하고 불러보았다. 역시나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아레스의 모습에 솔은 뾰로통해진 볼로 고운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아레스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아레스의 시선은 서류밖에 안 보이는지 여전히 한 곳에만 향해있었다. 허, 이래도 안 볼 거야? 솔은 목석같은 아레스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려보고자 태세를 전환하며 애교를 써보기로 했다. 분명 자신을 보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솔은 화사한 웃음을 띠며 손을 들어 올렸다.
"아레스! 일 더하기 일은 뭘ㄲ,"
"2."
자신이 귀요미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야말로 철벽녀와 같은 대답이 돌아오자 솔은 왼쪽 눈썹을 씰룩거리며화사한 웃음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럼 그렇지... 이런 철벽 같으니라고! 귀요미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들어올린 손은 의미를 잃어 주인을 무안하게 했다. 게다가 자신을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한심하게 바라보는 저 시선과 혀를 차는 소리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화사한 웃음이 점점 깨져가더니 금방이라도 화산이 폭발할 듯아슬아슬해져 갔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솔은 울컥 화가 치솟는 것을 꾹꾹 눌려가며 마음속에 참을 인을 써가며 강제로 진정시켰다.
그런 솔의 가지각색으로 변화하는 표정을 흘깃 엿보던 아레스는 솔이 진정으로 미쳤구나하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몸이 어려지고 나서부터 시작된 솔의 애정과 애교 공세에 아레스는 정신이 사나워졌다. 아레스도자신이 애교에는 면역력이 없고 받아줄 센스도 별로 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괜히 엉뚱하게 받아쳐서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건만... 어려진 몸 덕분에 프로텍터로서의일에 제대로 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솔의 애교 공세는 오히려 나날이 발전해갔다. 여러 가지 생각에 아레스는 뻐근한 목을 돌리다 침대 옆의 탁자에 놓인 거무튀튀한 바나나 한 가지가 시선에 걸렸다.
그때도 이렇게 어려진 몸으로 침대 위에 있었다.
"아레스~! 자, 아- 해봐"
솔은 활짝 웃으며 손에 들고 있는 반쯤 까놓은 바나나 하나를 건넸다. 그에 아레스는 서류를 보던 눈을 잠시바나나로 옮기더니 손을 뻗어 바나나를 가져가려했다.
"어딜-! 먹고 싶으면 뽀뽀 한번 해줘! 그럼 먹게 해줄게!!"
솔을 아레스에게 건넸던 바나나를 뒤로 내빼면서 아레스에게 얼굴을 내밀고는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톡톡 쳤다. 그 모습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레스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안 먹을게."
"응?"
자신이 말한 조건에 안 먹겠다는 말이 나오자 당황한 솔은 잠시 맹한 표정을 지었다.
"안 먹는다고."
"아, 아니 그래도 먹고 싶지 않아?"
"괜찮아."
"아니이이이~! 뽀뽀 한번만 해주면 먹을 수 있다니까아?"
"괜찮다고."
"딱 한번만! 딱 한번만 뽀뽀 해주라~! 응?! 아레스으으으으으으으으~"
이제는 자신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을 안 솔은 뒤로 드러눕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달래줄아레스가 아니었다. 아레스는 솔을 한심하다는 듯 내려 보았다. 그에 솔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며 손발을마구 흔들며 침대를 팍팍 쳐댔다. 서류가 아레스의 눈앞에서 하나둘씩 흩날려져 갔다. 아레스는 더 이상 어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나나를 솔의 손으로 부터 가져왔다. 솔은 아레스의 행동에 드디어 먹어주는구나 하며 감격스런 표정과 두 손을 모아 아레스가 어서 바나나를 먹기를 기다렸다. 손에 바나나를 들고 있는 아레스는 가만히 바나나를 응시하다가 한 입 베어 물었다. 드디어! 뽀뽀를 받거니 솔은 아레스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는 반짝반짝 눈을 반짝였다. 어서 뽀뽀를 해달라고 따갑게 눈빛을 보내오는 솔에게 아레스는자신이 한 입 베어 문 바나나를 물어주었다. 아레스의 따뜻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뽀뽀와는 다른 감촉에 인상을 쓰고는 입에 물러진 바나나를 빼고 아레스에게 따지듯 말했다.
"뽀뽀는!? 뽀뽀해줘야지!!!"
"그거로 퉁쳐."
"싫어!!!!!! 뽀뽀해줘!!!!!"
"간접 뽀뽀잖아."
"응?"
아레스는 아직 의문을 띄고 있는 솔을 보다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제 간접뽀뽀라도 해줬으니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다시 서류를 읽어갔다. 그렇게 아레스는 상념에 빠져 잠시 가까운 과거를 회상하는 와중에 희미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아ㄹ, ㅅ"
"아ㄹㅅ-"
"아레ㅅ-!!!"
"아레스!!!!"
아레스는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화들짝 놀라 솔을 바라봤다.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앞에서 온갖 이쁜 짓을 하는 자신 앞에서 감히 다른 생각을 했다는 소리에 솔은 이성이 뚜뚝하고 끊어지더니 침대 주변에 있던 아레스의 서류를 파해 쳐버렸다.
"뭐어!? 내 앞에서 멍을 때려~!? "
"미안."
"어떻게 나 같은 이쁜 사람이 애교를 부려주는데 좋다고 뽀뽀해주지 못할망정 계속 철벽이나 세우고!!!!!! 나안 해!!!!!!! 으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레스 바보!!!!!!!!!! 어디 한번 어려진 몸으로 평생 살아보라고!!!!!!"
"저기, 솔?"
"아- 몰라몰라몰라!!!!!! 뽀뽀도 안 해주는 아레스 따위 미워!!!!!!!"
"솔."
"흥-! 말시키지 마!"
완전히 삐져버려 아예 등을 돌린 체 팔짱을 끼며 말시키지 말라는 아우라를 풍기는 솔에 아레스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안 삐졌으면 뽀뽀해주려 했는데."
"사실은 하나도 안 삐졌습니다아~"
솔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몸을 돌려 아레스를 안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아레스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에게서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행동에 아레스는 살풋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예쁘게 웃는 솔의 양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아레스의 뽀뽀에 솔의 눈꼬리가 더 깊게 휘어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