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문이 과거로 가버렸다. 그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건 정말 우연이었는데 아니면 빛과 웃음을 잃어버린 불쌍한 달의 주인에 대한 그분의 작은 배려였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는 문이 과거로 왔다는 것이다.
“ㅇ… 여긴…… 어디지”
살짝 당황해 하며 이리저리 둘러 보다 문은 누군가가 온다는 걸 알고서 몸을 숨겼다.
문이 몸을 숨긴 뒤에 토끼 한 마리와 소년 한명이 문이 숨은 곳 옆을 지나갔다. 문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자신의 힘보다 강한 힘이 자신의 옆을 지나갔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먼 오늘 배달 많은 데 이렇게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예요- 나중에 또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약간 멍해 보이는 소년은 배시시 웃으며 토끼를 향해 말했다. 문은 당장이라도 가서 그 토끼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여긴 자신이 계승하기 한참 전의 과거였고 토끼는 자신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자신의 수호행성이자 달의 주인 루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없이 돌아섰다. 지금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과거가 바뀌고 그건 즉 미래가 바뀐다는 걸 의미했다. 그는 그녀를 만나기를 포기해야 했다. 잠시동안 슬픔에 빠져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도와줄 행성. 크로노스의 수호행성. 새턴에게로 향했다. 지금은 과거이기에 크로노스가 될 세럴은 아직 요일이었고 세럴의 수호행성은 새턴이었으니까. 토성으로 향하던 도중 문이 모르는 새에 붉은 머리카락들이 그를 감았다.
“…!!?? 무… 뭐지?”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다정하면서도 낮은 저음이 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문은 자신을 잡고 있는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만 가지고도 알아챌 수 있는 단 한사람. 자신이 사랑했던 선의 수호행성이자 태양계의 수호자나 다름없는 그분. [솔라]
“…처음 보는 아이로구나 지나가던 소행성아이인가”
문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라는 그를 끌어당겨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 힘의 기운을 보니 루나의 아이로구나. 먼….”
문이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솔라의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다정함이 담긴 눈동자. 그 눈동자는 선. 아니 솔의 눈동자와 같았다.
“… 문… 입니다.”
“역시 미래에서 왔던 것이로구나….”
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솔라는 말없이 그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요일이었을 때에는 이 쓰다듬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렇게 있고 싶었다.
자신의 현재는 새로운 태양계의 등장으로 눈독을 들이는 소행성들이 많았다. 매일 몰려오는 그들을 물리치느라 괴로웠고 힘들었다. 거기다가 매일같이 몰려오는 그리움들 때문에 몰래 울음을 삼키느라 마음에 상처가 너무 많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솔라는 문의 그런 점을 알아챈건지. 아니면 자신들이 사라지고 후계자들이 뒤를 이었을 때 그 괴로움을 진작부터 알고있던 건지는 문이 알게 아니었다. 그냥 지금 느끼는 편안함을 계속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잠시동안의 침묵을 깬건 솔라의 다정한 말 한마디였다.
“울고 싶으면 지금 울어도 된단다.”

그 말이 열쇠였던 건지. 영원히 잠겨있을 것 같았던 눈물이 문의 눈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괴로워떤 것들 울어도 누군가가 달래 주기는커녕 아무도 없었던
그 현실들. 문은 더 이상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지금만큼은 그의 품에 안겨서 울고 싶었다. 한참을 울었을까.
“…잠들었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먼이 이정도 인데…, 마이 선은… 잘 지낼지….”
솔라는 울다 잠든 문을 안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 뒤 바로 문이 깨고 솔라는 그를 보고 웃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괴로워도… 슬퍼도… 너무 참으면 병이 된단다. 서로를 아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잘 버텨나가주었으면 좋겠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너희들에게 그걸 바라지 않겠느냐”
그를 보며 문은 미소를 지었다. 솔라는 이제 가보라며 그를 놓아 주었다. 새턴에게가 그의 고리를 통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간 문은. 솔라가 했던 말을 잊지 않으며 다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우리뿐이야. 서로 떨어져 있으면 되겠어?”
서로를 보며 살짝씩 웃는 그들은 이제 완전한 새로운 태양계의 주인이 되었다.
W. 야마 - 문
D. 레로 - 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