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새는 지저귀고. 기분 좋은 날씨다. 꽃밭에 누워있던 웬즈는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만 바라보았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수성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아니, 수성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움이랄까. 수성이 고요하고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지구는 생명의 활기참과 행복한 소음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예쁜 하늘이다… 어스님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의 구름이 무지갯빛을 띄우며 행복하게 미소 짓는 것을 상상하니 베실베실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문득, 어스님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스님께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웬즈는 자신이 꽃밭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과 동시에, 어스님에게 꽃 모자를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몸을 반쯤 일으킨 채 웬즈는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화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비꽃, 민들레꽃, 토끼풀…
덜스가 알면 기절하겠지.
쿡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웬즈는 화관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토끼풀을 간간이 섞어 꽃들을 엮으니 엉성하지만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져있었다. 잘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어스님의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활기차다. 가벼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대감에 젖어 잠시, 그의 몸 상태를 잊고 있었다. 들뜬 목소리로 어스님! 하고 부르려던 목소리는 목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컥컥 구역질을 하며 몸 안에 쌓인 오염물을 게워내는 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들떴던 기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아 서글퍼졌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왜 저렇게 따뜻하신 분이 아파야 할까, 잘못한 건 인간들인데 어째서 그 벌을 어스님이 받고 있는 걸까.
어스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이미 목소리는 울음기가 잔뜩 뒤엉켜있었다. 움찔, 하며 그의 어깨가 떨리며 그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다시 역류하는 오염물에 그는 구역질을 반복했다.
괜찮, 아. 금방 끝난단다.
깊게 잠긴 목소리를 내며 그가 애써 웃어보았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잘게 떨리며 괴로워하는 그의 등이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어느새 어스는 입가를 훔치며 방독면을 찾고 있었다. 눈물로 얼룩진 눈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엉뚱한 곳을 더듬고 있는 그의 손에 방독면을 쥐여주었다. 고마워. 온화하게 미소 짓는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아파 보였다.
괜찮아요?
괜찮아.
…거짓말.
으응…?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에게 웬즈는 화관을 내밀었다. 어라, 이건?
어스님께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우물우물 대답하는 웬즈를 보며 어스가 작게 웃더니, 이내 웬즈가 내민 화관을 머리에 썼다. 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이마 위쪽까지 겨우 내려오는 정도였다. 크기가 안 맞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웬즈가 충격에 빠져 굳어있었다. 어스는 애써 웬즈를 달래며 괜찮다고 말했다.
안 괜찮으면서.
아냐, 정말이야. 괜찮아.
거짓말… 어스님의 괜찮아는 거짓말이랬어요.
예상치 못한 웬즈의 대답에 어스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웬즈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말했다.
머큐리님이 그랬어요. 이 세상에서 믿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거짓말들이 있다구요. 그중 하나가 어스님의 '괜찮아'랬어요.
아, 그거랑 이거는 다른데… 어스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웬즈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가슴에 폭 안기는 웬즈에 도리어 자신이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웬즈.
…네에.
때로는 거짓말이 더 나을 때도 있단다.
이해가 안 돼요.
이해가, 안 돼요. 어스님의 거짓말은 나빠요. 바보 같아요. 어스님이 괜찮은 척 거짓말하니까 진짜 괜찮은 줄 알잖아요. 잔뜩 울상이 되어 말하는 웬즈를 어스가 토닥거렸다.
그래, 네 말 대로 내 몸은 괜찮지 않아.
….
하지만, 내 소중한 사람들이 아파하고 걱정하는 건 싫어. 그러니까, 괜찮아.
어스님이 정말로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웅얼거리며 어스의 품에 얼굴을 비비자 어스가 웬즈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근데 나 진짜 괜찮은 거 있어. 봐봐. 그 말에 고개를 들자 어스가 짜잔-. 하며 화관을 머리에 얹은 채로 브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화관은 땅으로 툭 떨어지고 말았다. 아 역시… 괜찮지 않아. 다시금 시무룩해지는 웬즈의 얼굴에 안절부절못하던 어스는 재빨리 화관을 주워 웬즈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웬즈의 머리에는 꼭 맞는 크기였다. 자아, 웬즈 공주님이다. 그치? 자신을 달래려고 화관까지 씌워준 어스님이 고맙기도하고, 왠지 모를 포근한 느낌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어, 웬즈.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
애 취급하지 마세요.
그,그래… 미안…
가만히 어스를 바라보던 웬즈는 어스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어스님, 괜찮아요?
응.
괜찮아.
ㅡ괜찮아.
W. 시로이 츠바사 - 어스
D. 보라보라색 - 웬즈
괜찮아요?
괜찮아.
…거짓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