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달라, 우리는 달라. 우리는 달라. 그들과 달라. 우리는 그들과 달라 우리는 그들과 달라. 달라. 우리는 그들과 달라.
빛이 닿지 못하는 곳. 죽거나 혹은 죽이는 세계 속에 살아가는 나약한 자들이 피가 맺힌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도, 우리도 라고 외치는 자들. 그러나 나약한 자들의 목소리도 외면하는 우주, 그 속에 포함 되어 있는 작은 빛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리가 없었다. "우리는 왜 나약 한 거야? 우리는 왜 다른 거야? 우리는 왜 다른 거야? 우리는 왜 보호 받지 못 하는 거야? 우리는 왜 나약 한 거야?" 나약함에 대해 절망으로 가득한 목소리, 작은 소녀는 그 울음을 옆에서 똑똑히 들었다. 소녀는 차가운 눈동자로 흐물흐물 녹아가는 소행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오며 먹어오던 절망을 내뱉으며 우주의 품으로 돌아가는 자. 동정도 슬픔도 느끼지 않았다. 멍청한 녀석들, 바보 같은 녀석들. 탐스럽게 익은 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죽어가는 행성을 바라보았다. 죽음, 이라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소행성이 소녀에게 울부짓었다.
"우리는 왜 그들과 다른 거야?"
소녀는 웃으며 자신을 향해 내던진 질문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발끝에 느껴지는 끈쩍끈쩍한 액체의 느낌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사과를 다시 한 번 베어 먹었다. 와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죽음 속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소행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과 달라"
"그래서 이해가 안된다 는 거야."
시간은 소녀의 손이 지금 보다 한 참 작았을 때. 소녀는 자신의 앞에 존재하는 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보다 긴 갈색 더벅머리를 휘날리며 절망으로 이루어진 시체 산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자. 소녀는 그에게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신기함" 이었다. 어찌하면 저렇게 할 수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소녀는 시체 저위에 쏟아나 있는 저 너머의 어둠을 바라보는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조건은 괜찮았지만 근본적으로 빛에 다가가지 못하는 자들처럼 생존에 허덕이고 또 허덕이며 살아가는 자 였다. 그렇기에 근접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 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녀는 다른 천체의 피가 묻은 손을 햩는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십의 천체를 단 한순간의 일격으로 죽였다.상처 하나 입지 않고, 우주에 내리는 썩은 내가 나는 빗속에서도 당당하게 서 있었던 그. 소녀는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가슴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들처럼 죽거나 죽이는 존재. 그러나 저 자는 저 너머에 있는 자들도 두려워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때, 소녀와 붉은 빛이 눈을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척추를 시작으로 머리끝까지 차갑고 따가운 느낌을 받은 소녀였다. 핵이 단 한 번의 고동을 끝으로 멈출 것 같았다. 아, 아, 소녀는 입을 꽉 따물고 붉은빛을 바라보았다. 우주의 차가움을 모두 담고 있는 듯 한 붉은 눈동자가 소녀를 바라보다가 가늘게 떠졌다.
"이제 배고프지 않아서 상관없어, 저리 가"
조금은 뒤틀어진 자비, 그 행동이 소녀를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소녀의 가슴이 또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아, 그래 그는 우리랑 같아. 그렇지만 그는 대단해!! 그는 우리랑 같아! 그렇기에 그는!!
"너는 대단해!"
"뭐?"
그 곳과 다른 곳, 죽거나 죽이거나 일 뿐인 공간 속에서 만난 두 천체.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래, 그것이 첫 만남이었지"
다시 시간은 소녀가 이미 사과의 반 쯤 베어 먹은 시간대로. 괘씸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소녀는 시체 위에 앉아 계속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 당시 소녀는 그를 자신들과 같지만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인식했다.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 그 존재와 함께 있다면 소녀는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자신은 그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살기 위해 강해지려 하고, 살기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매우 단순하고 위험한 생각. 붉은 빛은 소녀와 정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취급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 소녀가 생각 할 수 있었던 생각은 그 것 뿐 이었다. 소녀는 붉은빛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붉은 빛의 낫에 베여버릴 뻔한 적이 수백 번이었지만 소녀는 계속해서 붉은 빛을 따라다녔다. 우리랑 같은 존재, 그러나 우리 보다 강한 힘을 가진 존재. 그라면, 난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끝없이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 왜 자꾸 따라와?"
소녀가 눈을 감자, 소녀의 눈앞에 아직 빛났던 붉은 눈동자가 서 있었다. 어느 날, 소녀는 붉은 빛과 제대로 눈을 마주쳤다. 낫을 쥔 채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는 그때와 다른 전율을 느꼈다. 그 전율이 소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소녀는 멈추지 않고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것이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이었다.
"너는 강하니까!"
그 후 소녀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어디에 있든,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것이 소녀가 알고 있던 최선의 선택이자 동시에 소녀가 알지 못한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는 언제든지 소녀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소녀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배고프지 않아서 두 번째는 소녀가 먹을 만큼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라는 단순하고 단순한 이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변색 되어가기 시작했다.
"자, 이거 너 먹어"
어느 날, 소녀가 붉은 빛 옆에 서 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붉은 빛이 소녀에게 영롱하게 빛나는 핵을 건넸다. 상처와 굳은살이 가득한 손 위에 동그라미 모양의 깨끗하게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색의 핵. 요정이 잠들어있는 꽃 봉우리처럼 굳게 닫혀 있는 핵은 소녀의 분홍색 눈동자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소녀는 붉은빛을 한 번 바라보았다. 붉은 빛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손을, 아니 핵을 내밀었다. 소녀는 시선을 옮겨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 날, 붉은 빛의 눈동자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은 핵도 시체도 아닌 소녀였다.
“난 핵은 안 먹어”
소녀가 웃으며 말하자 붉은 빛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핵을 건네주었다. 소녀가 허둥지둥 손을 내밀자 핵이 툭 하고 소녀의 손 위로 떨어졌다. 소녀의 손 위에 빛나는 작은 꽃 봉우리. 그 안에 잠들어있는 자신들과 같은 존재. 빛나지 못하는 존재는 핵 이라는 생명의 근원으로 겨우 빛나고 있었다. 소녀는 가만히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빛을 바라보며 예쁘다 보다는 이렇게 빛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붉은 빛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라는 허무한 느낌이었다. 소녀는 붉은빛을 바라보았다. 그래 달랐다. 자신의 손에 빛나는 하찮은 빛과는 전혀 달랐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힘. 자신들과 같지만 넘볼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을 그 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소녀 기억하는 붉은빛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놈은 참 멍청하지"
어느 새, 막대기가 되어버린 사과의 꼭지를 손으로 잡고 흔들며 소녀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저 위로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 뿐 이었다. 바로 소녀의 얼굴 위로 쏟아 내릴 듯 진뜩 진뜩한 어둠. 따뜻해서 바로 자신의 몸을 녹일 것 같은 어둠 속에 갇힌다면 아마도 빛 속에 있다는 착각 속에 죽어버리겠지. 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 순간 소녀는 자신이 앉고 있던 무표정으로 액체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하는 소리가 고독한 우주 속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미동 없는 눈동자 너머로 아무 것도 담겨져 있지 않은 듯 했지만, 혐오가 담겨져 있었다. 소녀는 사뿐히 시체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들과 “다른” 자는 조용히 우주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멍청해, 우리는 그들과 달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진 자. 그 강렬하던 붉은 빛을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볼 수 없었다. 자신들과 다른 자, 꽃 속에서 웃는 것이 아닌 피를 토하며 고통 받고 신음하는 것이 아름다운 자와 같이 있게 된 이 후, 그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그들의 색에 물들이고 또 물들일 수 록 소녀가 그때 봤던 붉은 빛은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줄이 뚝 하고 끊기는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어울리지 않은 빛으로 물들여져 버린 그는 추악하게 보일 뿐 이었다. 소녀가 동경하고 곁에 있고 싶었던 색은 붉은 색이었다. 그 날, 모든 것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고독하고 강렬하던 붉은빛. 소녀의 고독한 웃음소리가 우주에 퍼져 나갔다.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렀다. 뚝 하고 멈춘 소녀의 시선 끝에 있는 것은 그때의 붉은 빛이었다. 자신들과 같지만 자신들과 전혀 다른 붉은색. 소녀가 키득 거리고 웃으며 붉은 빛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니까 어서 돌아와서 나랑 또 재미있게, 놀자 플루토!“
W. 후부 - 플루토
D. 다락 - 에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