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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이별은 항상 아무런 이야기 없이 다가온다.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하나 하지 못하고 울음소리만 내면서 그들을 떠나보내기만 한다.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때 그들과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 때 처음에는 그저 뭔가 바쁜 일이 있구나, 나중에 오겠지-라고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느끼며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며 얼굴을 보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을 때, 늦게서야 이상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그들과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어스도 그들의 모습이 잘 보이질 않아 걱정할 때야 심각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불안감과 걱정되는 마음에 그들을 만나기 위해 나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수호성들은 모여있었다. 어디에 있었냐고, 뭘 하고 있었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공포감에 휩싸여있었다. 그 공포감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더는 그들에게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잠깐 우리를 따라와 줄래…?"

 

루나의 어두운 말을 듣고 요일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천천히 앞서가는 수호성들의 뒷모습을 불길함과 함께 따라갔다. 마지막 시간이 절반 정도 흐르고 있었다.

 

 

 

* * *

 

 

 

  그들을 따라 도착한 장소는 웅장하면서 어두운 빛이 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아늑함과 편안함에 요일들은 그곳을 둘러보고 수호성들을 바라보았다. 수호성들은 자신들의 후계자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요일들은 당황과 불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수호성들과 요일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기만 하였다. 그러다 입을 연 솔라의 충격적인 말에 요일들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마지막 작별이구나."

 

  그의 슬픈 목소리가 담긴 말 한마디가 요일들의 마음에 깊숙이 박혔고, 요일들은 당황해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에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았다. 수호성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그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서 있었다. 요일들은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목소리로 부정의 말을 하면서 그들에게 가지 말라 하였다. 결국, 누군가는 울음을 터트리고 울기 시작하였다.

 

  수호성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자신의 핵을 건네주었다. 요일들은 그 핵을 보고 경악을 하며 이런 거 필요 없다고, 도로 가져가라는 말을 하면서 빨개진 눈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거 같았다. 가슴이 미치도록 뛰면서 마음속으로도 이별이라 말하지 말고 장난이라고 말해달라고 울부짖었다.

 

  "이제 진짜 작별이야."

 

  수호성들이 그들에게 자신의 핵을 주자, 그들의 몸은 점점 사라져 가기 시작하였고 요일들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자신들의 수호성들을 껴안았다. 이건 꿈이라고, 제발 가지 말라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였다. 목이 멘 요일들은 흐느끼기만 하였고, 수호성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이 입었던 검은색의 윗옷을 걸쳐주며 마지막 유품을 주었다

 

  "내가 없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렴, 할 수 있지?"

 

  수호성들이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몸의 절반 정도가 사라졌을 때,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달려온 그가 나타났다. 어스는 방독면을 벗고 그 광경을 보자 경악을 하였다. 몸을 떨면서 제대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어떠한 말도 하지 못 한 채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몸이 절반 정도가 사라져 있었고 어스는 그들을 보면서 몸을 떨었다. 나오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미워서, 제대로 된 말 한마디조차 할 수가 없어서, 자신의 목을 만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어스…."

 

  수호성들이 그를 보고 다가가자 어스의 눈가가 붉어지며 눈물이 떨어졌다. 어스는 몸을 떨면서 울기 시작하였고,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닿고 싶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루나는 그런 어스를 보고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달려가 안겼다. 어스는 루나를 끌어안고 주저앉아 떨며 울었다. 아무런 말없이 울기만 하는 어스를 수호성들은 토닥이면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몸이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그 모습을 본 요일들은 참을 수 없는 듯이 울음을 터트려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하였다. 수호성들은 그런 그들을 안고 토닥이면서 마지막으로 똑같은 말을 하였다.

 

  "너를 사랑한다."

 

  그 말을 끝으로 영원한 이별이 왔다. 그들이 사라지자 요일들의 모습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선대 수호자와 비슷하게 변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완전히 다르게 변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어스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아무런 말없이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울기만 하였다.

 

 

 

* * *

 

 

 

  계승을 한 이후의 태양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계승 이후 힘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연습을 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증가해버린 윔프들이 태양계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무조건 싸우기만 하였다. 전투가 끝나고 수성으로 가 헤르메스의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모두가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짜증을 냈다.

 

  "정말이지 왜 이렇게 수가 증가한 거야-! "

  "카이퍼대 녀석들도 지금 계속 전투중인가봐."

  "점점 힘들어져가…."

  "가만히 있어, 치료하기가 힘들잖아."

 

  여러 불만과 불평을 서로가 털어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묵묵히 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붕대 몇 개를 가지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하였다. 헤르메스가 그런 문을 보고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았지만, 문은 아무 말 없이 수성을 나갔다. 아무도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계승을 한 이후 그와의 대화는 항상 전투에 대한 짤막한 대화였고, 싸우지 않을 때는 항상 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계승 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문이었다. 계승으로 인해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을 때 갈색의 머리카락은 은색으로 바뀌고 피부색은 어둡게 변하였다. 양팔은 달의 표면과 같은 색으로 변하였다. 전투에 적합한 손으로-

 

  그 일이 있던 이후 문은 자신이 느끼는 그리움과 슬픔을 싸움에 쏟아 부으며 전투에만 신경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워했던 그들은 문의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언제쯤 저 마음의 상처가 사라질까…."

 

  헤르메스의 말에 모두가 침묵에 빠진 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간절히 원했다 그의 마음이 어서 빨리 치유가 되기를, 기운을 차리기를-

 

 

 

* * *

 

 

 

  계승하고 처음으로 봤던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모습이 변하고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여전히 초점이 없는 눈으로 울고 있었고, 그 눈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나였다. 새로운 달의 주인으로서 그는 나를 받아들이지를 못한다는 표정으로 계속 울기만 하였고 두 팔을 양손으로 꽉 잡으면서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문은 달로 돌아가면서 수성을 빠져나올 때 가지고 온 붕대들을 대충 감았다. 우주는 그야말로 피투성이였다. 조각 조각난 윔프들의 파편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자신들의 피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다 태양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엉망진창이지만 전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모습이었다. 태양계를 둘러보면서 달로 향하다 잠시 멈추고 가까이 있는 행성을 바라보았다. 지구였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기 때문에 자주는 못 갔었지만, 가끔 그가 생각 날 때면 문은 그를 찾아갔다. 하지만 윔프들과의 싸움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져 한동안은 그를 보지 못하였다. 문은 어스를 생각하고 지구를 바라보고 달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어 지구로 향하였다.

 

  문은 지구로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태는 너무나도 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였다. 계속되는 인간들의 개발 때문에 결국 어스가 바라지 않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인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건물과 기계 들은 어스의 몸을 여전히 갉아먹고 있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생기 없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며 그저 괜찮다는 말만 했었다. 그 말은 문의 마음을 쿡쿡 찔렀었고 아프게 만들어 왔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걸으니 눈앞에는 다른 땅들과는 다르게 푸른 풀들이 조금씩 올라와 있었고 꽃들도, 나무들도 있었다. 그 땅을 본 문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하면서 땅을 밟았다. 얼마 만에 보는 파릇한 풀들인가. 풍경을 구경하면서 또 걷다 보니 깨끗한 바다가 보였고, 그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어스가 있었다. 문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방독면을 벗고 있으면서 칠판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테라스틱에 몸을 지탱한 채 서 있었다. 그의 머리칼은 상당히 더러워져 있었고 구름도 검은색이 되어 있었다. 눈은 생기가 없었고 눈가는 검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문을 보고 빙긋 웃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쏴아아-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질여왔고 문은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스는 그런 저녁노을을 보면서 아쉬운 표정인지 슬픈 표정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어스는 테라스틱을 땅에 짚으며 의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문은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이리 올래? …잠깐 쉬고 가렴…."

 

  예전처럼 맑고 좋은 목소리가 아닌, 가래가 걸린 듯한 목소리로 가까이 오라하며 앉았다. 문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기다리며 빙긋 웃는 어스를 보고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스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땅만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앉아있는 어스, 문은 조금 어두운 표정을 하면서 조용히 있었다. 어스는 문의 표정을 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내 이야기를 잠시 들어줄래…?"

 

  어스는 생기 없는 눈으로 문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문은 그런 어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루나가 사라지고 모두가 사라졌을 때… 너무나도 괴로웠어, 너희를 도와야 했었는데 돕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었었구나, 미안해. 그리고 문. 루나가 사라진 탓에 너의 상처를 바라보지 못하고 오히려 큰 상처를 줘버렸어. 나의 위성은 더는 루나가 아닌 너인데 정말로 미안해."

 

  어스의 말을 들은 문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어스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문을 보고 그저 미안하다는 표정만 지으면서 그의 눈치를 보았다. 문은 손을 꽉 쥐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스를 바라보았다.

 

  "… 계승 하고 당신을 보았을 때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당신의 눈빛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신이 운 것도 모두 다, 위성인 날 거부했다는 게 조금은 충격적이면서 상처가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당신에게 슬플지도 모르지만, 왜 절 거부했던 겁니까? 루나님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아니면 그 상황을 완전히 부정하기 위해서? 전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상처 난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메꾸고 싶습니다. 대답을 원합니다. "

 

  문은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떨림과 함께 어스에게 속마음을 털어냈다. 그의 말에는 실망감과 화, 그리고 원망이 느껴졌다. 그 말을 들은 어스는 조금은 당황스러우면서 심란해 하다가 이내 죄책감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위성을 이렇게나 망가질 때까지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옛 추억들에 사로잡혀 현실을 부정한 결과가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그 누구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것에 어스는 크나큰 죄책감을 느끼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미안해… 문… 정말로 미안해… 날 욕해도 괜찮아… 미안해…."

 

  어스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문은 그런 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나 그가 망가져 있다는 게 절망스럽고 잔혹하다고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걸-

 

  "… 당신의 뜻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문은 아까 전보다는 차가운 말투로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스에게 물어보았다. 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문은 마음에 가책을 느끼면서 말을 쉽게 건네지 못하였지만, 그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냉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태양계는 이전할 겁니다, 당신은 우릴 따라오겠습니까? 따라오지 않는다면 우린 당신을 버리고 떠날 겁니다. "

 

 

  선택권을 들은 어스는 이미 예상했다는 얼굴을 하면서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내 정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며 ‘미안해’ 하고 빙긋 웃었다. 문은 그의 대답을 듣고 조금은 당황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대답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 "

  "이런 내가 함께 있어 봤자 오히려 짐만 될 뿐이야, 차라리 날 버리고 가. 미안해 문. "

 

  답을 들은 문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스를 바라보다 알겠다는 말과 함께 당신을 존중하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를 떠났다.

 

 

 

* * *

 

 

 

  "떨어지지 마, 중요한건 우리들 뿐-"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하였다. 돌이킬 수 없는 지구의 상태와 환경은 결국 어스를 조각내기 시작하였고, 지구를 무너뜨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문은 반쯤 사라진 어스에게 다가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후회하지 않냐고, 이대로도 괜찮겠냐고.

 

  "이런 선택을 한 저희를 용서할 수 있습니까."

 

  어스는 문의 질문을 듣고 그의 손을 잡았다. 어스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숨소리를 헐떡이면서 문을 쳐다보면서 빙긋 웃고,

 

  "난 너희를 존중해."

 

  문은 더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은 그의 마지막 길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 달 토끼 한 마리를 꺼내 어스의 머리를 받쳐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모두가 있는 곳을 향하였다. 그가 간 것을 본 어스는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서로를 놓치지 마, 이제는 단 7명이야."

마지막 시간

W. 노아 - 문

D. 기쿠코 -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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