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예쁜 하늘은 어김없이 어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하얀 구름은 푹신한 침대가 되어서 여기서 저기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통을 그나마 편안한 곳에서 쉬는 것으로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구름마저 더러워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크게 상관하지는 않았다. 유독 오늘따라 일어난 몸은 개운하고 편안했다. 방독면은 끼지 않음에도 호흡은 편하였다. 그 외에도 평소와 달리 좋은 점을 꼽으라면 요일들도 오늘은 각자 놀고 루나도 오늘은 일이 있고 이상하게 플루토라든가 플루토가 나타나서 같이 놀자거나 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아무 일도 없이 고요했다. 역으로 그것은 상당한 편안함을 불러왔다. 장시간 혼자인 것과 시달렸다가 혼자가 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말그대로 오랜만에 취하는 휴식이었다. 잠자는 것과는 별개인 달콤한 휴식. 그 시간을 그냥 누워서 지친 몸을 달래도 좋지만 오랜만에 이것저것 하고 싶어졌다.
홀로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 몸을 일으킨 후 걸어 다녔다.

구름 위는 당연하듯이 별거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즐겁게 느껴졌다. 이리저리 조금 걸어 다니다가 한동안 치지 않은 피아노로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칠까 해서 손을 들고 친 것은 자신이 품은 생명체들이 만든 곡 중 하나인 spring 아마 히사이시조라는 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딱히 어렵지도 않고 적당해서 손을 풀고 감상하기에는 적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밝고 따스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중간의 모종의 사건 등으로 일어나는 꽃들의 불행을 표현하고 있지만 다시 극복하고 그런 느낌의 곡이었다. 자신이 만든 곡도 아니니 확실히 뭐라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조용히 머금은 미소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겉을 떠도는 무지갯빛 구름을 보면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도 기분이 정말로 좋았다. 아름다운 곡의 심취해서 만끽하는 혼자로서의 자유 그건 가끔씩 느껴주면 정말로 좋은 것이었다. spring을 친 뒤 뒤이어 바로 summer 쳐주었다. 경쾌한 곡. 그리고 딱히 어렵지는 않은 곡 두곡을 연달아 치고 나니 어느 정도 손이 풀리고 친 곡은 인생은 회전목마. 슬픈 분위기 속에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느낌의 곡이었다. 모순적인 분위기의 곡 이었다 음은 분명 우울한데 연주는 경쾌하게 그래서 독특하고 또 마음에 들었다. 곡의 마지막이 다가오자 화려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가다가도 끝부분에서 점점 다시 잠잠해져서는 조용한 마무리를.
그 뒤에는 그저 미상의 곡을 쳤다. 자신이 만든 단순하면서 밝은 곡들을 주로 쳤다. 분위기만 심취하다 보니 정작 무엇을 쳤는지는 크게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상관은 없었다. 오늘따라 오염물을 게워내야 할 필요도 없어서 저녁이 되어 아름답게 사라져가는 해를 바라보기로 했다. 솔라님이 관장하시는 행성답게 아름다웠다. 크고 아름다운 태양은 언제나 자신의 행성의 도움을 주었다. 굳이 도움을 주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정말 자야 할 시간으로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어두운 밤은 밝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지는 않았다. 다른 별들이 보이기에 그건 또 그거대로 좋았다. 혹시나 다른 태양계 행성들이 보일까 두리번거렸지만 별자리들만이 반겨주었다. 마지막은 수수하게 장식하고자 일찍 자기로 했다. 구름모양 잠옷으로 갈아입고 푹신한 구름 침대에 누운 채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니 평소와는 다르게 완벽히 평안하고 행복한 누가 보면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날이 완성되었다.
‘모두들 잘 자겠지... 잘자..’
마음속으로 모두를 축복하는 말을 남기고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이 들은 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떳더니
“어스 이제 깬 거야? 오늘은 있잖아 나 어스랑 여기 가고 싶으니까 빨리 가자!”
아까의 것들이 꿈이라는 흔적으로 흐릿한 꿈속 사이로 본 날짜가 오늘과 같다는 그런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펼쳐져있었다. 저 행복했던 나날이 꿈이었다는 점에서 한번 좌절 후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플루토만 있었지만 플루토가 작정하고 놀러 온 것을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두 번 좌절 그나마 여기까지는 평소 있던 일이니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즉 이 말은 한계치를 넘을 정도로 화가 난다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즐거웠던 꿈만 같았던 휴식이 진짜 꿈이었다는 게 슬플 뿐이었다.
[그래 가자]
분필로 비몽사몽 해서 조금 엉망이지만 끄적거려서 긍정의 의사를 표현하자마자 밝게 웃으며 가자하고 냉큼 손을 잡고 달리려는 플루토에게 옷 갈아입어야 한다고 말할 시간이... 아니라 분필로 적은 후 보여줄 시간이 없었기에 근처에 둔 다행히도 멀쩡하게 언제든지 쏠 수 있는 상태인 권총 잡은 후 끌고 가기 직전인 플루토에 옆에 한방
-탕
일부러 빗맞히며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한 발 더
-탕
놀라면서 손을 놓으며 경계하는 플루토를 보며 드디어 한숨 놓으며 빠르게 총을 내려놓고 칠판에 분필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플루토 나는 지금 잠옷 차림이야 옷 갈아입어야 해.]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기다릴게 어스! 다되면 불러줘! 라며 자신의 행성으로 되돌아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뭐가 어때서? 같은 반응을 했다면 상당힌 난감했을 것이다. 다행히 평소에 해둔 교육(?)의 성과인지 잠옷과 외출복의 차이를 알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한숨을 쉬며 옷을 천천히 갈아입었다. 평소 입는 정장으로. 다려둬서 훨씬 더 각이 져진 정장은 확실히 멋이 있었다. 불편하기는 했다 특히 행동을 할 때는. 그럼에도 계속 정장을 입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냥 입고 싶어서? 왜 자신은 어렸을 때는 입지 않던 정장을 어느 순간부터 고집해왔던가. 살짝 고민하다가 팟하고 떠오른 이유는...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일부러 생각을 잘랐다.
플루토한테 준비 다됐다고 말하고 불렀다. 애당초 옷만 갈아입으면 끝이었기에 큰 준비고 뭐고 필요 없었다. 플루토가 오늘 가고 싶다고 한 곳은 무인도였다. 인간은 없고 오직 동물과 식물들만 자리 잡은 섬. 자신이라고 이런 작은 섬들 하나하나 전부 다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기는 해도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날까. 자신도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하는 곳을 플루토가 가끔 돌아다니다가 발견하고 가자고 하면 자신도 즐거웠다. 대부분은 자신이 어디 가자고 말한 후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플루토가 자신보고 찾았다며 같이 가자고 할 때도 있었다.
“어스 오늘 재밌겠지?”
[응 분명 재밌을 거야]
한때는 사신 같은 모습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도 모르던 플루토는 지금은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내비치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배우려 했다. 아직 미숙해도 노력하며 배우는 그런 착한 자신의 친구를 싫어 할리가 만무했다. 상당히 어리게 굴고 귀찮게 굴기도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말을 하면 재깍재깍 들어주는 플루토는 그나마 대하기 편하고 양호한 편이었다. 피곤할 수 는 있지만 적어도 심리적으로 지치지는 않았다. 친구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형만 안 온다면 어느 정도는 편하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따하하핫! 아우야! 이 형을 버리고 어디 가는 거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생각하자마자 온 마르스 덕에 순간적으로 오르는 혈압으로 잠시 미간을 짚었다. 그래 봤자 짚이는 것은 방독면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왜인지 모르게 잡고 싶은 뒷목을 천천히 심호흡하는 것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플루토가 그러는 와중 에 어디 아픈 거야 어스? 하고 물어오기는 했지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후 마저 진정시켰다. 그리고 칠판을 잡고는 몇 마디를 적어냈다.
[여긴 왜 온 거야 형?]
“따하핫! 아우를 보러 오는데 이유가 있을 리가 없잖니!”
다시 한 번 더 혈압을 오르는 것을 느끼며 또다시 한 번 더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최근에 플루토가 놀러 오면 어째서인지 모르게도 마르스가 자꾸 찾아와서는 혈압을 올리었다. 그냥 얌전히 놀러 왔으면 좋으련만 오면 꼭 플루토와 싸웠다. 계속 티격태격 거리는 것은 정말로 상당히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피곤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티격태격 거리냐고 묻는다면 예를 들어 저번에….
“어스 이 식물은 뭐야?”
“따하핫! 실수!”
“너..!”
플루토가 간신히 가져온 식물을 툭 쳐서 떨군다든가 이 동물은 뭐야? 라고 물어보면 그 순간 그 동물 앞에서 실체화해서 겁줘서 쫓아버린다든가 정말로 유치하게 시비를 걸면 플루토는 그 시비에 걸려서 꼭 화를 내고 왁왁 대면서 싸운다. 그냥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오고 하는데 굳이 자신을 끼우고서는…
“어스 딱 봐도 저 녀석이 잘못했지!”
“아우야? 나는 그저 실수를 했을 뿐이라고?”
이렇게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는 의미가 담긴 말을 내뱉는다. 한쪽을 들어주면 당연하다는 듯이 또 한쪽이 삐진다. 초반에는 당황해서 삐진 쪽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알아내었다. 첫 번째는 화를 내거나 하면 둘은 의외로 금세 풀렸다. 그러나 언제나 먹히는 방법은 아니었다. 화를 내도 둘 다 그래도 제가 잘못했어! 같은 정말로 어린애같이 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최후수단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오늘 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 그때 가서 설명하는 걸로 치고… 다시 이 둘 에게 집중하면….
“어스이거 너와 어울리는 꽃 같아!”
하며 꽃을 내미는 플루토와
“하핫 그런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니?”
이렇게 말하고는 또 다른 꽃을 내미는 마르스.
남들도 알아차리기 쉬운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며 두 가지의 꽃을 자신에게 들이미는 플루토와 마르스를 보고서 든 생각은 분명 또 한쪽 편을 들어주면 삐져서 자신이 힘들어질게 훤히 보이기에 가볍게 둘의 싸움을 제지시킬 수 있는 문장을 적어서 보여주었다.
[나는 둘 다 좋아. 애당초 내 품에서 나오는 생명인데 뭔들 싫어하겠어?]
다행스럽게 납득한 둘을 보며 안도하던 때에 갑자기 머리 위에 무언가가 올려졌다.
[..?]
“선물이라고~”
“이런 것도 선물이 된다면 어스 선물!”
투닥거리는 대신 합동해서 아까 꺾은 꽃들로 화관을 만들어 씌어주는 모습을 보며 방독면 속에서 미소를 짓고는 분필로 칠판에다가 무슨 말을 적은 후 보여주었다.
[고마워]
화관으로 인해 상당히 좋아진 기분으로 웃으며 고맙다는 말만 적어 보여주었는데 둘 다 이상하게 얼굴을 붉히면서 갑자기 뭐라 뭐라 말을 하더니 잽싸게 다른 곳으로 둘 다 가버렸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 리가 만무했지만 적어도 나쁜 의도 같은 것은 존재한지 않았기에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식으로만 한다면 오늘은 평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건 망상에 불과했다.
“어스 이것 봐 봐!”
“아우야! 이것 좀 봐봐라!”
온갖 꽃으로 만든 반지며 뭐며 가득 들고 오는 것은 또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로 어린애인가 싶어서 내가 타임머신으로 타고 과거로 온 건가 싶었지만 자신의 지구가 여전히 푸른 것을 보고는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각자가 열심히 만든 것을 자신을 위해 들고 와서는 초롱거리는 눈망울로 내거 어때? 멋지지? 거리는 저 둘을 차마 뭐라 할 수 는 없었다. 둘 다 순수하게 자신이 만든 화관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한 가지 착각을 아니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만들다가 둘이 결국 승부가 붙었고 결과가 이거였다. 물론 둘을 탓하기에는 어린애를 혼내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한마디만 하기로 했다.
[어… 둘 다 잘했는데 자연은 그만 파괴해줄래…?]
다행히도 이번에도 둘은 납득했다. 그 후 플루토는 어스 미안! 이란 반응을 마르스는 그저 따하하하핫 알았다 아우야! 이런 반응을 내비치었다. 둘이 무인도에서 싸돌아다니면서 꽃으로 이것저것 만든 덕에 자신은 꽃 장신구를 가득하게 되었다. 꽃 덕분에 나비들이 모여들어서는 자신이 착용한 꽃 장신구 위로 내려앉아서는 꿀을 빨아먹었다.
저 둘이 모인 것 치고는 상당히 편안하게 지냈다. 플루토가 자신의 아이들을 실수로 죽일뻔한 점이나 마르스가 갑자기 서프라이즈 한답시고 갑자기 나타나다가 어디 걸려 넘어져서 따아아악! 거리면서 소음을 내서 한숨을 쉬게 한다든가 하는 그런 자질구레한 일만 반복될 뿐이었다. 일반인들이면 이렇게 계속 은근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화를 낼 수 도 있었지만 해탈해 버린 지 오래인 자신은 그냥 그만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간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 슬슬 해는 저물어갔고 오늘도 드디어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가 되었다. 이제 쉴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의 벌써 기분은 좋아지기 시작해서 흥얼흥얼 거리며 초원에서 다리를 쭉 펴고 앉은 채 편안히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편히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도중.
“어스!!!!”
“아우야!!!”
갑작스럽게 큰일이 났다는 듯 큰소리로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둘을 보며 물음표를 머리 위로 띄우기를 잠시 저 멀리서 불에 탄다는 것을 알리는 붉은 화염이 얼핏얼핏 보이면서 매캐한 검은 연기가 미친 듯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보자마자 놀라서 황급히 날아갔다. 빠르게 날아간 곳은 아비규환이었다. 죽어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서 귀를 틀어막은 채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였다. 즉시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 비를 내리게 했다.
간신히 식어가는 불길을 보며 안심하면서도 죽어가거나 이미 죽어버린 아이들이 있기에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이 슬퍼져 왔다. 불길이 빠르게 사그라들어가는 게 다행이었다. 빠르게 내려간 숲은 역시 참혹했다. 방독면 너머로 조용히 입술을 짓씹으며 조용히 죽어간 아이들에게 묵념을 했다. 그렇게 큰 범위는 아니어서 큰 타격은 아니었다. 역으로 그 재가 땅을 비옥하게 해줄 수 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해치는 인간마저 사랑하는데 아무런 해가 없이 아름답게 자라 주는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똑같이 사랑한다고 하든 말든 결과적으로는 절대적으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저기 아우야..?”
조심스레 자신을 부르는 마르스를 보며 휙 돌아보니 마르스는 방독면 너머에서의 자신의 표정에 한번 기가 죽은듯했지만 이내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그게… 다 막기는 무리지만 적어도….”
플루토가 한때 식물 이었던 걸로 막아둔 것을 치워두니 보이는 것은 벌벌 떨고 있던 동물들이었다. 벌벌 떨면서 마르스와 플루토는 경계하고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그 화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아이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마르스가 빠르게 동물들이라도 자신이 만들어둔 기계를 이용해 지켜준 것 같았다. 플루토가 동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몰면 마르스가 기계로 보호. 어쩌다가 불이 난 것 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아니면 불을 낼 자가 없었기에 당연히 화는 둘에게 나게 되었다. 그들이 자신의 생명들을 자신 대신 구해주었다고 해도.
조용히 말없이 타버린 숲으로 가는 자신을 보며 마르스와 플루토는 우물쭈물 거리며 잘못한 것을 아는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조심스레 자신을 따라왔다. 이 땅의 생명은 죽었지만 이 땅이 죽은 것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복구는 가능했다. 땅에다가 손을 가져다 댄 후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서 생명의 기운이 무럭무럭 넘치게 해주었다.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 휴면 상태였던 씨앗이나 아직 죽지 않았던 간신히 살은 식물 등등이 빠른 속도로 자라났고 전보다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숲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을 보고 됐다고 생각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좋지 않은 몸으로 힘을 남용해서 그런지 상당히 무리가 되었다.
“아우야…!”
“어스!!”
빠르게 다가와 자신의 상태를 살피려는 두 명을 차마 처내지는 못하고 조금 노려볼 뿐이었다. 할 말 없다는 듯이 잘못했다는 기색을 비추는 둘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방독면 덕에 잘 보이지 않을게 분명했다. 방독면을 벗은 후에 말로 쏘아주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기력도 없고 간신히 벗었다 하더라도 산소공급을 하기 힘들어서 더 지칠 것 같았다. 칠판을 꺼내 빠르게 분필로 적어 내려간다.
[둘 다 잘못 했어 안 잘못했어]
“어스... 미안해!!”
울먹울먹 거리면서 잘못했다고 비는 플루토와 같이
“미.. 미안하다 아우야! 다음에 반반무 많이.. 아니 양념 한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 무 많이로 치킨 사올게!”
전력으로 손을 모은 채 비는 마르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자신은 이들을 이길 수 없었다, 일어나서 두 사람의 어깨의 손을 얹은 채 몇 번 두드린 후 분필로 다시 말을 적었다.
[치킨 꼭 지키는 거다]
“..! 오냐! 이 몸이 쏘지!”
“어스 화는 풀린 거야 그러면..?”
조금은 끄덕거리면서 한편으로는 화재의 원인을 생각했다. 마르스가 장난을 좋아해도 이것이 자신의 몸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물을 가져와서 자신에게 뿌려서 적시면 적셨지 크게 자신의 아이들을 해하지는 않았다. 플루토도 자신에게 혼난 후로부터는 조심했고 불이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은 이미 말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누가 그러면 저런 자칫하면 걷잡을 수도 없는 화재를 낸 것인가? 플루토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마르스에 눈은 고글 같은 것으로 가려져있었다. 도통 알 수 없지만 그도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무엇 때문에 화재가 난 것 인가.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된 거야?]
생각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최고다. 물어보자마자 플루토는 어물쩡 거리며 그게 그게.. 하면서 쉽사리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마르스도 자주 보이지 않는 진지한 표정을 내비치더니 다시금 평소처럼 웃으며 플루토가 쉽사리 내지 못하는 답을 내놓았다.
“실은 말이지… 우리도 몰라!”
장난은 아니라는 듯 입은 웃고 있지만 말은 웃고 있지 않았다. 플루토도 마르스가 말하고 나서 그렇다는 것을 더욱더 확실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을 덧붙였다.
“우리도 잘 모르겠어… 분명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갑자기 불이 났고 황급히 동물들이라도 구해준 다음에 어스에게 간 거야…!”
마르스도 이런 면으로 장난치지 않는다는 점과 플루토는 거짓말을 치지 못한다는 점을 종합하면 정말로 저들은 사고 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간도 화산도 없는 이런 화재가 날 리 만무한 곳에서 발생했다는 상황에 대해서 침착하지 못한 채 애꿎은 자들을 탓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미안해졌다. 칠판을 꺼내 무어라 적은 후 보여준다.
[……미안…. 확실하지도 않은데 밀어붙였네]
“아.. 아냐 어스! 어스 아픈데 무리시키고.. 우리가 방심하지 않았으면 되었는데..”
“걱정 마 아우님~ 그런다고 치킨 뺏어가지 않아-”
다행히 둘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행으로 생각하는 순간 마르스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더니 헝클이기 시작했다.
“따하하핫! 이제 늦었으니까 슬슬 자러 가야 되지 않아?”
“너! 어스 아픈데 만지지 마!”
“따핫? 어쭈 해보자는 거야?”
갑자기 또 싸우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씨름하기도 귀찮았다 정확히는 힘든 편 이었지만. 둘을 말리는 최후의 수단. 품속에서 꺼내는 검은색의 살상 무기를 평소와 다르게 두 개나 꺼내놓고는 둘의 신체 부분 아무대나를 겨누었다. 그리고
-탕탕탕탕
한 발만 쏘기에는 부족해서 4발 정도를 쏘아주었다. 다행히 그 후 따아아아아악!! 거리거나 으아아아악! 어스 왜 그래!! 같은 비명소리는 가볍게 무시하며 오늘 쌓였던 피로를 풀기 위해 칠판은 저 멀리 던져두고 다시 마음껏 사격게임을 즐기기로 했다. 자신의 아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화가 나면 남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하는데 이것은 실제로도 스트레스 풀이에 도움이 되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어스!! 그만!!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지는 아는 걸까. 자신이라고 부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것이지 이정도로는 하루면 회복돼서 다시 쌩쌩해지는 죽지 않는 행성들에게 까지 무한정 너그러운 것은 아니었다. 조용히 방독면 속에서 미소를 띠며 신명 나게 사격놀이를 즐겼다. 그들이 크게 고통받지 않고 큰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이 총은 어차피 그저 꿀벌이 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굳이 진지하게 자신의 총알을 피하면서 자신을 제압하지 않는 것은 마르스는 분명 일부러 자신을 위해서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플루토는 그냥 맹하고 순진해서 그래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서 차마 자신의 공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르스는 자신이 이 행동을 하는 이유와 이 행동으로 얻는 게 무엇인지 알고 또 이것이 굳이 어울려줘야 할 이유가 없는 놀이라는 것을 알아도 자신을 위해 장단을 맞춰준다는 것은 머릿속으로는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이 정도는 넘어가 달라고 말하면서 훗날 미안하다고 말할 테니 지금은 그저
-탕
“으아아아아 어스 이제 그만!!!”
“아우야!! 제발 자비를 배풀어.. 따아아아악!!”
즐기고 싶었다
* * *
어스가 신나게 사격놀이를 하며 놀고 자신의 안식처로 간 어스는 금세 옷을 갈아입고 잠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옷 갈아입는데 나가지 않으려는 둘에게 다시 권총으로 위협하는 일도 있었으나 넘어가고, 잘 잠든 그를 지켜보고 있던 마르스와 플루토는 자는 어스를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표정을 싸늘하게 바꾼 채 살기를 띄었다.
“……너도 봤지?”
“어스한테 모른다고는 했지만 모를 리가”
잘 벗지 않는 고글을 벗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 웃고 있던 눈매를 매섭게 바꾸고는 한쪽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태껏 잘 숨어있었던 이방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방인의 모습은 이미 예상을 했는지 플루토와 마르스는 그리 놀란 기운은 없었다.
“헤에 눈치챈 거야?”
“따하하핫! 설마 솔라시스템에서 보안을 담당하는 내가 너 같은 쥐새끼 하나 모를까?”
미친듯한 살기를 뿜으면서 노려보지만, 이방인 즉 에리스는 크게 동요라든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웠다. 분명 무언가 믿는 건덕지 같은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망칠 구석이라든가 있는 것이겠지. 저번에도 도망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도주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까 그래 재능이 있었다. 지금은 잡을 수 없다는 게 눈에 훤했다. 왜? 왜냐하면, 자신들은 지금 여러 가지 걸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냥 깨어 있어도 자칫하면 지켜야 될 수도 있는 어스가 오늘 상당히 기력을 소진했는지 곤히 자고 있고 몸이 좋지 않은 어스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안 그래도 어째저째 왠지는 몰라도 오염물을 안토하고 편하게 지내서 마지막까지도 할 수 있으면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오늘 플루토나 마르스가 온 이유는 어스와 노는 것을 방해한다는 부가적인 목표밖에 되지 않았다. 즉 보호가 주목표라면 부가적으로 겸사겸사 놀기도 하고 그 김에 어스 기분도 좋게 해주고 하는 것이었다.
“이야~ 우리 태양계에서 갑자기 윔프의 출현빈도가 잦다고 생각했는데 너구나?”
“에리스…. ”
으르렁대며 낫을 꺼내 들고는 위협을 하지만 금세 마르스에게 제지를 당한 플루토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에리스와 마르스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우리 사랑스러운 아우님을 깨울 생각이야 너? 지금 난리 치면 깰 텐데?”
“…쳇”
과거의 플루토라면 어스가 그러든 말든 자신의 본능에 충실했었을 텐데 어스의 영향이 그 정도인지 조용히 으르렁대는 그를 보며 마르스는 실소했다. 그 헤실 거리며 어스- 거리던 플루토는 어느새 과거의 플루토의 모습을 조금 드러내며 에리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잡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에리스는 더욱더 입을 벌리며 여유를 부리며 상대의 속을 긁어 놓는 말만 늘어놓았다.
“아아 어스가 고통받는 게 보고 싶었는데 너희가 방해하는 바람에~”
“도발하는 거야? 넘어갈 거라고 생각 하는 거?”
-푸핫 우스워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상대고 자신이고 눈치채는 의미의 말은 그저 조용히 텔레파시 같이 메시지를 보냈다. 당연히 그 메시지는 차갑기만 했다. 평소에도 재수 없었던 에리스는 화를 끝까지 나게 하려는지 더욱더 재수 없게 웃으며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다.
“불타는 것에 절망하고 자기 몸의 일부가 타는 것에 고통스러워하는 거 보고 싶었어~ 여기 누가 봐도 불 잘 붙을 것 같아서 기껏 신경 써서 해놨는데~”
“역시나… 숲에서 나는 냄새가 유독 다른 주변과 다른 게 난다고 했더니 이 자식이!!!”
순간적으로 욱해서 움직이려 했지만, 마르스가 제지했다 자신만큼 흉흉한 살기를 담고 빛내는 눈을 보고는 아, 내가 함부로 끼어들어서 망칠 판은 아니라는 것을 그 잠깐 본 눈동자 너머에서 보았다. 마르스는 일부러 참고 있었다. 물론 플루토도 참고 있었지만, 자신보다 더욱더 심연에서 끌어올린 분노는 자신이 그저 불이라면 그는 용암이었다. 그는 지금 터지기 직전에 화산이었다. 그 증거로 초반에는 웃고 있던 입이 점점 미소를 지워가고 있었다. 에리스도 그의 인내심이 길게 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 예상대로 마르스도 더 이상 떠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경고를 보내었다.
“윔프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어스를 공격하려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었어- 윔프들이 어째서 행성의 핵을 노리지 않고 그저 잉여같이 떠돌면서 지내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네가 원흉이구나?”
이 가증스러운 것. 그렇게 어린아이의 외형으로 사람 보기 좋게 웃고 다니며 남이 고통받는 것을 즐기는 악취미를 지닌 역겨운 것. 욕을 짚 씹으며 에리스를 노려보는 것이 소용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보내기에는 마르스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멋진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운도 좋아 하필 내가 찜한 장소로 놀러 가다니… 아니면 알고 있던 거?”
“따핫- 설마 내가 너의 그런 간소한 계획마저 모르겠어? 몰래 도청이나 했지. 태양계에서 발견된 너를 잡기에는 윔프들이 어지간히도 많아야지 아무래도 짬 내서 너까지 잡기는 무리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바빠서 그냥 그쪽으로 아예 도청하는 애를 보냈더니 잘 걸렸더라?”
“너를 얕본 것 같네! 그럼 잡담은 이만!”
“너 이 자식..!”
연막탄을 던지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에리스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치의 표정 변화 없이 싸늘한 시선을 계속 보내는 마르스와 사라지는 에리스를 보며 달려들기까지는 아니지만, 분노하며 속으로 화를 곱씹고 있는 플루토는 당장에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당연하단 듯이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고 둘 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플루토는 다음에 만날 시 에리스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생각하며 화를 최대한 풀려 하고 있었고 마르스는 보안시스템 업그레이드나 할까.. 아니면 무기개발? 이러면서 다르게 분노를 풀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곤히 잠들은 어스를 보면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쳐들어온다든가 더 악랄해지면 어쩌지….”
“따핫 당연한 거 아냐? 우리가 막으면 돼 그딴 거 하나 이 마르스님이 못 막을까~”
말은 이렇게 해도 이번 일도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었다. 화재 때 막으려 하는 순간 이미 불길에 휩싸이는 숲에서 휘발유가 숲에 뿌려져 있다는 것은 너무 늦게 눈치채고 동물이라고 구한 것은 단순히 순발력이었다. 자신들이 지키는 어스에게 정말 티끌만한 상처도 입히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키고픈 존재였다. 한때 그렇게 서로 어긋 낫더라도.
“아 피곤하다.. 그냥 하룻밤 정도는 아우한테 신세 져야지!”
“뭐뭐야..! 너 어스한테서 떨어져!”
밤이 되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녔으니 강철 체력이라도 어느 정도 지칠만했다. 어스 눈에는 꽃밭에서 꽃 꺾고 노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실은 놀러 가는 것처럼 보였던 곳은 전부 인기척이나 그런 것이 느껴져서 가본 것. 지금은 뭐 위험한 것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냥 구름 위 아무 대면 좋겠지만, 꼭 어스 옆에 자리 잡은 것은 한사람에게만 문제가 되었다. 바로 플루토에게만 말이다.
“큰소리 내면 어스 깬다?”
“으이씨!!!”
큰소리 내면 깨기에 조용히 왁왁대는 두 사람은 남들이 보면 저게 어린애들인가 싶을 정도로 유치했지만, 본인들은 상관없는 듯했다. 깊게 잠든 어스를 마르스가 껴안고 플루토는 차마 그러지는 못해서 마르스가 없는 반대편의 어스 곁으로 가서 셋이서 나란히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일어난 어스가 어째서인지 자신을 나란히 껴안고 자는 둘에게 의문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고 어제 좀 무리한 것이 생각나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잠들고 셋이서 나란히 사이좋게 깨어나자마자 다시 으르렁대는 둘에게 짜증나서 손에 집히는 아무거나를 둘에게 던져서 밖으로 쫓아낸 후 편하게 쉬었다는 게 후일담이었다.
* * *
“어스! 어스는 왜 정장만 입어?”
그 말에 기억을 되살려서 과거를 보았다. 자신이 아직 골디락스행성의 주인이 되기 전에 일이었다. 모두들 검은 망토 같은 것만 입고 있었을 때 각자의 행성을 배분받은 후 결정된 것들이었다. 그저 단순히 배분된 것이면 상관하지 않았다. 허나 이것은…
- 따하핫! 이 형님이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릴 와이셔츠를 준비해왔다!
- 형 이거 너무 큰데?
- 응? 아우야.. 남친셔츠라고 아니
- 그게 뭔데?
- 바로 남친의 셔츠만 입고 서비스를 해주느.. 따악!!
- 애한테 이상한 거 알려주지 마
조금 중간중간 마르스가 이상한 말을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각자의 옷은 서로가 정해주었던 거이었다. 자신에게는 마르스가 와이셔츠를 비너스가 넥타이를 솔라님이 지팡이를 주피터가 하의를 새턴이 재킷을 머큐리가 신발을 이런 식으로 완성된 코디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었다. 겉으로는 다들 나이 먹었다고 과거보다는 확실히 그렇게 친밀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아마 조금이라도 무언가가 있기에 서로들 그 옷을 아직도 버리거나 바꾸지를 못한 채 입는 것은 행성들 만에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건 우리들만의 규칙이야]
“뭔지는 몰라도 어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니까”
방독면에서 조심스레 미소를 머금으며 순수하게 구는 플루토를 바라보았다. 과거도 지금도 장단점은 다 존재했다. 과거에 매이는 것은 한심하지만, 추억이라는 보석으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몇 십억 년이 지나면 과거는 너무나도 희미해져 버린다. 그러나 추억이라는 보석은 어느 정도의 과거를 기뻤던 혹은 슬펐던 과거를 되살리고 잊지 않게 해준다.
오늘도 크고 작은 보석은 계속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