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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끝냈을 때에는 동이 트는 중이었다. 터덜터덜 방 안으로 돌아왔다. 방 안을 둘러본다. 새턴은 더 이상 미동조차 없다. 편안한 얼굴로 그렇게 잠들었다. 신의 손길에 모든 것을 넘겼다.

 

 초침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을 들었다. 교회에 전화를 걸었다. 다 끝났습니다. 시체를 부탁 드립니다. 짐은 정리해 두었습니다. 곧 오겠다는 대답을 듣고 조용히 종료 버튼을 딸칵 눌렀다. 침대 옆의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새턴의 표정은 너무나 평안해서 차마 눈물조차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웃었다. 별 수 없다.

 

 정량 이상의 수면제. 결과는 정해져 있다. 신의 놀이는 이제 끝이다. 새턴의 손을 잡았다. 아침 햇볕의 온기가 있었다.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무너지는 고개를 그 위에 두었다. 초침 소리가 들렸다.

 

 잠들기에 지나치게 좋은 아침이었다.

 


 

6.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었다. 금발에 가까운 조금 긴 기장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는 피로 얼룩진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끝이 갈색으로 물든 백발의 사내는 침대 위 사내의 한 쪽 손을 잡고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것은 없었다. 간간히 들려오던 숨소리는 흐려져 달무리처럼 사라졌다.

 

 금발의 사내가, 눈을 움찔거렸다. 목을 삐걱이며 꺾었다. 떠오르듯 허리를 일으켰다. 태초의 땅에 발을 내딛듯 두 다리로 섰다. 유약한 살점 아래로 숨기던 푸른 눈동자를 드러내며 토하듯 숨을 내뱉었다. 잡혀있던 한 쪽 손은 이미 빼내져서, 제 눈 앞에서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남아 있던 하나의 사령을 앞세워 제 가림막으로 썼던 그는 남의 몸으로 신랄하게 웃었다. 자신을 구원자라 믿던 어리석은 이의 오판의 결과였다.

 

 그는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사람 냄새가 훅 풍겼다. 마치 처음 흙을 밟아 본 아이처럼 그 눈동자가 더없이, 봄바람처럼 빛났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었다. 이제는 한 사람 만이 그곳에 있었다.

 


 

 

1.

 

 

 

 죽음조차 없는 곳에서, 우리는 함께이다.

 

 

 

 

 


Malesuádus Hidden Ending,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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