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쉽 글, 그림 페어합작
안녕하세요. 우와 해석본 쓴다. 끝났나? 끝난 건가? 일단 합작글 주제에 본편 약 3만 4천자+외전 1천자라는 정신나간 분량을 읽고 해석까지 읽으러 와주신 분이 있다는 건 넘나 기쁜 일 같습니다. 아리가또... 저는 합작글이면 음 한 1만자면 되려나 ^_^ 하고 시작해서 초고 2만자에 1차 멘붕하고, 1만자 부분부터 뒤엎은 후 3만자 돌파에 2차 멘붕하고 합작글 평균 분량은 약 5천자 정도라는 친구의 말에 3차 멘붕하면서 이렇게 됐네요 이야... 페어님 미안해요 내가 많이 좋아해 내 맘 알지... 딱히 이렇게 길게 쓰려던 게 아니었어.......(죄인) 그치만 첫 초고는 너무 답도 없었던지라.
각설하고 이제 해석 들어가 보겠습니다.
「모든 사악한 것들은 순수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rnest Hemingway」
처음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구절은 전반적인 스토리를 가리키는 구절이 됩니다. 순수했던 존재는 새턴을 가리키고 사악한 것은 악령이 되겠죠. 어차피 새턴이 부마자임은 1에서 빠르게 드러나니 넘어가지만, 뒤에서 악령이 새턴의 몸을 거의 다 먹고 돌이킬 수 없게 됨을 이 구절에서 나타내보자 했습니다.
1(1).
이 글에서 잊을만 하면 나오는 부분입니다. 처음 읽으실 때 저 우리가 누구신지 모르고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모르라고 쓴 것도 있고, 주피터와 새턴으로 인식하는 편이 가장 편하니까요. 그리고 함께이다 이거 함께다의 오타 아닙니다. 저렇게 쓸 수 있어요... (우주소심)
2.
부마자가 된 새턴과 매일 밤 그 곁을 지키며 악몽에 시달리다 기상하는 주피터의 일상입니다. 별 특이한 점은 없죠. 다만 수갑ㅍ…() 그냥 여기선 1. 새턴이 예쁘다. 2. 주피터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도만 파악되면 끝입니다. 새턴이 예쁜 걸 강조하는 건 저랑 페어님 둘 다 최애가 새턴이야.
3.
악령 개새끼를 외치게 하는 행각들이 몇 개 드러납니다. 검은사제들처럼 벌레 나오는 거랑 전기 스파크도 좀 추가해 보았습니다. 참 문명의 이기 못 누리고 사는 주피터입니다. 계절적 배경을 특별히 설정하지 않았지만 작중 계절은 검은사제들 원작처럼 여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주피터가 두 배로 불쌍해지는 순간이군요.
그러다 니체타 신부라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하려다가 뭔가 작중에 원작캐릭이 주피터랑 새턴 뿐이면 심심하고, 어스 사제도 보고 싶다 해서 어스로 노선을 전환했습니다(!) 주피터의 세례명이 여기서 밝혀지죠. 세례명은 어느정도 의미를 부여하고 설정했습니다
니체타Nicetas 는 주교이자 선교사였던 성인의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주교로 설정할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쯤 되는 사람이 직접 부마자 하나 위해 움직인다는 것도 이상해서 그냥 그 설정은 버렸습니다. 세례명은 그대로 냅뒀네요.
헤르메스Hermes 는 여러 성인이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구마자이자 순교자였던 헤르메스입니다. 중요한 건 구마자죠. 주피터는 작 중에서 새턴을 구마하려 시도하는 유일한 구마자이기도 하니까요.
4.
어스한테 겁나 으르렁거리는 주피터. 생필품도 전달해주고 참 착해보이지만 주피터한테는 그저 교회의 심부름꾼에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교회에서는 모두 새턴이 악령을 끌어안고 죽기를 바라죠. 주피터는 실낱같은 희망을 못 버리고 새턴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새턴의 세례명이 나옵니다. 아킬레오Achileus 죠. 제일 신중하게 고른 세례명입니다. 티는 안 나지만(...) 일단 이걸 선정한 이유를 늘어놓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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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오는 부제이자 순교자였다. 구마자인 주피터의 세례명과 달리 새턴의 시간은 부제 딱 거기서 멈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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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오의 영어 Achileus 는 우리가 흔히 아킬레스건 이라고 말할 때 그 아킬레스의 유래인 아킬레우스Achilleus 와 보시다시피 철자가 l 하나 차이입니다. 작중 교주한테도 눈 하나 껌벅 안 하던 주피터가 유일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대상이 새턴입니다. 8에서 주피터가 새턴을 보고 자신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하죠.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아킬레스 건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원작에서 생각하는 주피새턴 컾해석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이 이름을 채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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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오 성인의 기록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다음은 본문 일부 인용입니다. ‘(상략)...감옥에서도 그들은 아주 자유스럽게 행동하였고, 그들의 기도에 의하여 천사들이 이교도 신전에 안치된 메르쿠리우스(Mercurius)와 사투르누스(Saturnus) 및 유피테르(Jupiter) 신상을 파괴하여 세인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들에게 온갖 고문을 가해도 죽지 않자 참수되었다고 전해져 온다.’ 네. 새턴과 주피터의 다른 표기라고 할 수 있는 사투르누스와 유피테르 신상을 파괴하게 한 장본인이죠. 뒤의 결말을 암시하기도 하고, 온갖 고문=악령의 괴롭힘을 감당하고 있는 새턴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참수는 누가 시켰을까요. 이 또한 작중에 나옵니다.
근데 이렇게 해봤자 별로 알아 봐주실 것 같지는 않았...다......(또르륵
“12형상 중 하나인데, 구마를 한다고 해도 부마자가 그 과정에서 살아날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무엇보다 아킬레오는 이미.”
뒤에서 나오지만 이미 아킬레오 즉 새턴은 배가 반 쯤 뚫려있죠. 사실 죽어도 이상할 거 없는 각혈도 여러번 했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 뭐 이런 의미지만 주피터는 그냥 닥치라고 합니다. 자기도 아니까요.
5.
새턴의 본래 의식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주피터가 나옵니다.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돌이킬 수 없다 등의 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참다참다 기도하러 방으로 뛰어들어 갑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참 두부 멘탈 같네요. 사실 쓸 때도 참 걱정했던 게... 과연 어떻게 해야 주피터가 좀 흔들릴 수 있을 것인가. 근데 원작이나 작가님 트위터 떡밥에서도 주피터는 유독 새턴한테 유한 모습이 많아서 새턴 관련해서는 멘탈이 아주 철강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10(1).
왜 갑자기 뜬금없는 10번이냐 하셨을까요. 사실 내용 자체는 앞의 5번 마지막에 주피터가 하던 기도 내용과 이어집니다. 악에 대항하는 기도의 일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이 부분으로 해피엔딩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싶었어요. 다음 10번은 주피터가 새턴을 구마하는 장면이니까 말이죠.
1(2).
두 번째 1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서약할 때 저런 말 하면 굉장히 로맨틱한 클리셰일텐데 이건 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뒷맛 찝찝한 구절이 되어버렸죠. 근데 그거 노린 게 맞습니다. 여전히 1번이 가리키는 우리가 누구일지 계속 생각해봅시다.
6(1).
와, 나왔다... 제가 초고를 갈아엎게 만든 장본 파트입니다. 최대한 개연성 있게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잘 됐는지 모르겠어.
글을 제대로 끝까지 읽고 오신 분들에게 6번은 상당히 찝찝한 파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나오는 6번 내용이 좀 그러니까요. 아무튼 일단 이 6번부터 담은 내용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알아야 할 내용은 최대한 안 꼬고 다 풀어놓았습니다. 이걸 제 취향대로 꼬아 놓으면 읽으시다 정말 답도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주피터와 새턴이 그리 사제로서 깨끗하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주피터와 새턴이 후에 겪게 되는 일들이 단순히 운 나쁜 불행 만은 아닐지 모른다 하는 생각이라든가, 그들이 죄에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작품 전체적으로는 이 불행이 만일 특정 사건에 기인했다면 누구 하나만의 잘못으로만 특정할 수 없음이라든가요. 어디까지나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부분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구마 예식에서 부마자 주변에 두르는 소금벽이 흐트러지고 주피터가 돼지에게 제대로 상처를 내지 못해 빠져나온 악령이 새턴에게 들어간다는 스토리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무리수로 묘사한 감이 없잖아 많아(...) 보조사제가 두 명이 들어가야 한다는가, 뒤에서 나오지만 구마 예식을 한 명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든가 하는 부분에서도 스토리를 위해 설정을 각색한 부분입니다. 그렇게 안 하고는 얘기가 풀어질 수가 없었죠...
유독 어둡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건 이 글에서 부마자의 특징 중 하나가 역안이기 때문입니다. 어두워서 역안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설정때문에 그림 페어님이 고생을... 많이... 죄송합니다() 최대한 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묘사에 힘써봤는데 전달이 되었으련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눈치 빠른 탓에 마르스는 새턴의 손에 몸에 구멍이 나고 어찌저찌 각혈한 새턴도 함께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검은사제들에서는 남성체인 악령이 여자 몸에 들어가 활동이 불가능하고 갇혀 있었다면, 여기에서는 남성체 악령이 남자 몸에 들어갔지만 새턴이 주피터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의지가 강해 가로막혔다는 설정입니다. 물론 어찌 되어도 일단 신을 모시던 사제였다는 점도 있었겠죠.
부마자의 특징은 검은사제들에서도 나왔던 악취에 역안을 더했습니다. 새턴의 악취가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만 유지되었다는 점은, 밤에는 악령의 기운이 더 강하고 해가 뜨고는 잦아든다는 걸 나타냅니다. 그 뒤에 잠시 눈을 떴을 때 새턴이 역안이 아닌 건 이걸 확실히 하는 것과 동시에 뒤에 나오는 현재 새턴이 정말 새턴의 본래 의식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어두려고 했어요.
그 뒤로는 혼자 구마를 시도하는 주피터. 그리고 이 부분의 몇몇 구절들이 뒤에 있는 6번과 연결됩니다.
악령이 새턴의 의지를 전부 먹을 수 있는 날로부터 이틀도 채 안 남은 날. 주피터는 새턴을 영원히 보낼 가능성이 높은 구마에 대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래도 일단 아직은 구마를 해야 한다는 쪽을 생각하고 있죠.
7.
짧은 과거, 그리고 가장 절망적이었던 날만큼 어두운 방 안입니다. 말인 즉슨 어둠에 묻혀 역안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새턴이 깨어나 있습니다. 구마 예식 때가 아닌데 새턴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니 주피터는 기뻐해야 하나 하다가도 자꾸 직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다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직감대로 저건 새턴이 아니죠. 주피터가 저걸 새턴일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일단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악령이 약한 환술을 부렸습니다. 자꾸 머리가 어지럽다든가,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이라든가 같은 묘사로 최대한 암시하고자 했는데,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었던지라 애매하게 되어버렸네요. 악취를 못 느끼는 것도 환술의 영향입니다. 두 번째는 앞에 6에서 새턴이 말했듯 악령의 힘이 강했을 때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본체 하나만 남은데다 여러 차례 구마 예식을 시도하며 힘을 소진한 상태였으니까요.
검은사제들에서도 그랬듯 악령은 주피터의 아킬레스 건과도 같은 부분을 파고듭니다. 새턴을 구마하려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새턴이 죽지 않기를 바라고, 가장 새턴을 위하는 사람. 원작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악령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꿰뚫고 있습니다. 그러니 6의 마지막에서 주피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흔들렸는지 아닌지도 다 알고 있죠. 그래서 새턴 행세를 한 겁니다. 온전히 새턴의 몸을 차지하기까지 하루가 남았는데 주피터가 마음을 잡고 구마 예식을 하면 모든 게 허사가 되니까요. 결국 주피터는 그리웠던 새턴의 온기에 잠깁니다. 언제든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특히나 더 돌이킬 수 없는 밤이죠.
사실 말장난 쳐놓은 게, 원망願望 이라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쓰인 원망願望은 원하고 바라다는 뜻이지만, 보통 원망하다 하면 미워하단 뜻의 怨望 을 쓰죠. 저게 악령인 걸 몰랐을 때 깨어난 새턴은 전자였지만 사실은 가장 원망怨望하던 상황... 네 그렇습니다... 참 제 취향스럽네요.
6(2).
「과거에 대한 회상은, 모두 망상과 거짓된 기억,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거짓된 명명으로 점철되어 있다. -Adrienne Rich」
[설상가상으로 언젠가의 구마 예식부터 알게 된 것은, 악령 혼자만 새턴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몸 담았던 부마자의 몸에서 부렸었던, 예식에 쫓겨났었던 두 마리의 사령을 다시 불러 모은 모양이었다.]
히든 엔딩을 암시하는 구절입니다. 이하생략.
8.
간신히 목소리를 낸 새턴의 본래 의식으로 악령의 계획은 틀어지고 주피터가 결국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발뺌하려던 악령은 기도문을 외우는 주피터에게 비웃듯 제 정체를 드러냅니다. 사실 이렇게 쉽게 드러내도 되냐 하는 의문이 있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악령의 목적이 이게 아니니까요.
“옮겨가는 방법 기억하지? 내가 이 아이한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옮겨가는 거야. 아무나 한 명 데려오든, 아니면 널 희생하든. 새로운 수컷을 데려와. 그럼 얜 살려 준다니까? 너 봤잖아. 저 방에서, 372시간 48분 전에 읽은 책에서 봤잖아. ‘악령은 필요에 따라 몸을 옮겨 다닐 수 있다.’ 라고 되어있는 거. 기억나잖아─.”
드디어 악을 권하는 장면이 나오네요...(또르륵) 제 정체를 드러낸 악령이 이제 대놓고 주피터의 약한 부분을 파고듭니다. 과거에 두 사람이 지은 죄도 파고들면서 말이죠. 새턴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의 악 앞에서 주피터는 흔들리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은 많이 흔들립니다. 이대로 주님의 뜻을 실행해봤자 새턴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고, 새턴이 죽는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죠. 곧 새턴을 살리려 누군가에게 떠넘겨도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도 되고요.
9.
앞에 나온 내용으로 흔들리다 마음을 다잡기까지의 주피터입니다. 앞에 나왔던 표현들을 비슷하게 반복한 내용이 많아서 앞의 내용이 드문드문 떠오를 수 있었으면 했었습니다... 이미 한 문단 건너 문단에서도 반복이 많지만요. 일부러 그렇게 한 거니까 이거 왜 이렇게 반복이 많냐며 욕만 안 하셨길 바랍니다ㅠㅠ
[나의 주主, 나의 피, 나의 살, 나의 태양.] 이건 약간 이스터에그 같이 넣어봤는데... 앞글자의 초성을 따오면 ㅈ, ㅍ, ㅅ, ㅌ 이고 주피새턴의 초성이죠 넵. 그냥 말장난으로 역시나 제 취향을 살짝 넣어봤어요.
10(2).
구마 장면입니다. 사실 검은사제들에 나왔던 구마 장면 패러디가 많아서 딱히 뭐라 더 코멘트를 붙일 부분이 없네요. 그냥 아 저 악령 미친새끼 새턴 몸에서 좀 나와라! 하는 생각만 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검은사제들이랑 비슷하게 하면 좀 그래서 일부 변형을 가했습니다. 구마하는 주피터 상태나 새턴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주피터 심리가 잘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검은사제들을 안 보신 분들께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장면이라 묘사를 최대한 잘 해보고자 했어요...
자정을 코앞에 두고, 주피터는 아직 악마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종이 울렸단 묘사가 먼저 나오죠. 사실 별 상관은 없습니다. 종소리와 함께 말 했을지. 아닐지는 열린 결말로 해석따라 다른 거니까요. 그래도 나름 희망찬 엔딩의 가능성을 어느정도 열어뒀다고 생각합니다.(읽으신 분들:????)
와, 끝났다... 읽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쓴 사람도 이거 퇴고하느라 다 읽으려면 시간 꽤 뺏기는데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러니까 우리 우주존잘인 페어님 그림만 백만번쯤 더 봐주세요. 여담인데 페어님이나 저나 무無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이야 무교인 둘이서 종교작품(기립박수) 그러니까 설정오류 있어도 음 글쓴애가 븅딱이군^_^하고 훈훈하게 비웃어주며 넘어가주심 감사하겠읍니다...
아무튼 이제 이 밑으로는 히든 엔딩에 대한 해석입니다. 안 읽으신 분들은 이대로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되어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넓은 공백을 두고 해석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히든 엔딩 읽으신 분들, 일단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게 뭔가 싶으시죠, 네... 이해를 반이라도 해주셨다면 제가 찾아가서 점핑큰절 하겠습니다ㅠㅠㅠㅠ
구마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네. 악령 구마 말고 사령 빼내기가 성공적이었죠 ^_^ 우리는 6(2)를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피터의 오판이죠. 누구 마음대로 새턴 몸 안에 들어간 사령이 둘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하죠.
처음 이 글을 쓸 때 악마는 베리드(Berith) 의 설정을 차용했습니다. 황금을 만든다는 설정이 더 유명하지만 거짓말의 악마이기도 하며 동시에 성적인 타락으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피터는 이 악마의 거짓말에 놀아났으며, 결국은 타락해버렸다 할 수 있겠죠.
마지막 구마 때 말한 이름은 악마의 이름이 아닌 사령의 것입니다. 새턴의 몸에는 악마 하나가 남아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악마는 점점 약해진 새턴의 의지를 거의 완전히 누르고 주피터 앞에서 환술도 부리며 새턴 행세를 할 수 있었죠. 악마가 굳이 앞으로 나온 것은 일차적으로는 주피터의 구마 예식을 막는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새턴의 몸을 온전히 먹기까지의 단 이틀만 남은 상황에서 그 밤을 버리기 위한 시간벌기이기도 했습니다. 다친 새턴의 몸이 좀 불편할 뿐이지 몸을 옮겨갈 필요도 없었어요. 앞의 악마 설정에서 거짓말 할 줄 안다는 것에 별표 백만개. 그냥 악을 권한단 내용도 개소리였을 뿐입니다. 물론 가능은 하지만요. 사실 거의 주피터를 안심시켜 뒀었기에 그대로 갔다면 수갑을 풀고 난 후 주피터를 죽였겠죠. 새턴의 몸이 다치지 않게... 새턴의 본 의식이 나온 건 예상 밖이어서 플랜B 마냥 노선을 틀었을 뿐입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구마는 신에게 제대로 의지하는 인간이 그 힘으로 악마를 빼내는 것이라 주피터를 흔들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새턴(의 탈을 쓴 악마)가 깨어나는 부분이 왜 번호가 6일까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이 엔딩글 링크 달면서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내용이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를 했죠. 그리고 6(1)은 주피터와 새턴의 과거 내용입니다. 6(2)는 주피터의 오판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고요. 그리고 이번 6(3)에서는 사실 악마가 구마되지 않았음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나온, 새턴이 부마자가 된 후로부터 새턴의 본래 의식처럼 묘사된 모든 부분이 과연 새턴일 것인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마지막의 입술 달싹이는 부분마저도. 어디가 새턴이고 어디가 악마일지는 열린 해석의 장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써놨지만 정말 모두 새턴의 본래 의식이었을지도 모르죠. 혹은 전부 악마의 환술이었거나.
1(3)입니다. 죽음조차 없는 곳에서, 우리는 함께이다. 이제 말하자면 1번의 대상은 주피터와 새턴이 될 수도 있고, 악마와 새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피터와 새턴으로 보자면 두 사람은 글이 시작되기 전부터 연인으로서 함께였고, 새턴은 주피터에게 제 죽음을 맡기는 장면이 나오며, 마지막에서는 주피터도 죽고 새턴의 본래 의식도 죽어 더이상 죽음이 없는 곳으로 두 사람이 함께 갔죠.
반면 악마와 새턴으로 해석하면 글이 시작하기 전 1번부터 이미 새턴은 악마와 함께하는 상태인 부마자 상태였죠. 그리고 새턴이 죽지 않는 이상 악마와 새턴은 떨어질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턴의 몸에 들어간 악마라는 건 소멸하는 존재가 아니죠.
네 이렇게 주피터와 새턴에게 동시에 엿먹이는 히든 엔딩도 끝났습니다. 와아─. 이걸 본편에 안 붙인 이유는 읽고 피드백해준 애가 너무 희망을 깨부순다고 분리시키라고 하더라고요. 음. 결과적으로는 제 취향 한 가득인 배드엔딩이지만 그래도 같이 죽여줬으니까 나름 행복한 주피새턴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석 분량이 9천자야. 미쳤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